박양우 장관 "日, 군함도 용서 구해야"…아·태 학계도 "약속 위배"
박양우 장관 "日, 군함도 용서 구해야"…아·태 학계도 "약속 위배"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0.07.3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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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9일 일본의 산업유산정보센터와 관련한 군함도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일본이 군함도 강제노역의 진실을 계속 감추려고 한다면 이것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지정하는 정신과 취지를 부정하고 훼손하는 것"이라며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관련 학계 인사들도 일본이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강제노역 피해 등을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일관계 국제포럼 '인류 공동의 기억,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국제사회의 신뢰(일본 근대산업시설, 강제노동의 진실과 왜곡된 역사)'에서 축사를 통해 일본의 역사 왜곡과 관련한 약속 이행을 요구했다.



박 장관은 "군함도는 수많은 조선인이 해저 1000m 아래의 탄광 갱도 안에서 적게는 하루 12시간, 많게는 16시간 동안 석탄을 채굴하던 곳"이라며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일본 스스로도 한국인을 비롯한 각국의 포로들이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로 노역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며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도쿄의 산업유산정보센터와 관련해 "일본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원국들에게 공개적으로 했던 약속을 저버리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저버렸다"며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희생자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은 인류 보편적 가치가 있는 유산을 보존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유산 안에 깃들어있는 정신적 가치도 함께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2001년 독일 에센시(市)에 있는 졸페라인 탄광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독일이 나치의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한 점을 일본과 반대되는 사례로 제시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온전한 역사는 정직한 태도에서 완성된다. 일본은 산업혁명의 긍정적 의미뿐만 아니라 희생자의 아픈 역사도 함께 보전해야 한다"며 "일본이 자국의 부끄러운 역사와 피해국들의 고통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용기를 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날 포럼에 참여한 발표자 및 토론자들도 일본의 약속 이행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야노 히데키 강제동원문제해결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사무국장은 "산업유산정보센터의 가토 고코 센터장은 '(군함도에서)강제 노동은 없었다', '조선인에 대한 차별은 없었다'고 했고 안내원은 '한국인은 제멋대로다', '거짓말을 한다'고 견학하는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센터에 전시된 내용에 대해 ▲강제노역 피해 당사자의 증언 전시가 없는 점 ▲강제노동을 한 중국인, 연합군 포로 등에 대해 무시하는 점 ▲강제 노무 사실을 보여주는 공문서 등을 전시하지 않는 점 등을 들면서 "2015년 7월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에 한 약속에 위배되는 것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쓰노 아키히사 오사카대 국제정치학 교수도 "일본의 전략은 전쟁 당시의 강제노동 희생자 및 관련 연구자 등 중요한 이해당사자들의 정보는 무시한 채 스토리라인을 해석해 강제노동을 부정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명백히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헌장에 기술된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 수메이 국립대만대 교수는 일본이 군함도와 관련해 강제노동의 역사에 대한 부분은 잘라내고 전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터키의 아야소피아가 박물관에서 다시 모스크로 바뀐 점 등을 들면서 "의미도 시간이 지나면서 축적된다. 가치를 시대에 따라 잘라내는 건 힘들다"며 "그런데 메이지 산업유산과 관련해서는 1850년에서 1910년까지로 시대를 잘라내는 것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민철 경희대 교수는 "강제동원·강제노동 해석문제는 한·일 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인, 연합국 포로를 포함하는 다자간 문제임과 동시에 인권문제"라며 "산업유산이 세계유산으로서 보편적 가치를 갖는 유산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것은 동아시아 공동의 기억을 담은 센터로 만드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이현경 한국외대 선임연구원은 홀로코스트의 상징인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사례를 들면서 "유네스코의 국제주의 정신에 따라 일본의 메이지 산업유산정보센터를 통해 동아시아와 세계사 맥락 속에서 아시아태평양 전쟁 당시 일어났던 강제노역도 함께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는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난징대학살 문제를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며 "소녀상을 철거해 공론장을 없애려 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군함도는 노동의 즐거움을 느끼는 산업화의 역군으로 미화한 전쟁터"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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