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
미끼
  • 김용례 수필가
  • 승인 2020.07.28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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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용례 수필가
김용례 수필가

 

남편은 은퇴하고 취미로 낚시를 즐긴다. 언제든 떠날 수 있게 시간만 나면 낚시채비를 해 놓는다. 낚싯바늘은 물고기가 먹으면 빠져나갈 수 없는 유선형으로 만들어졌다. 거기에 미끼를 달아 고기를 유인하는 거다. 들깨 묵으로 만든 떡밥, 지렁이, 새우 등등 고기의 종류에 따라 미끼도 다르게 쓴단다. 고기는 미끼가 먹인 줄 알고 덥석 문다. 낚시꾼에게는 절호의 기회지만 고기에게는 위험한 순간이다.

미끼가 어디 물고기한테만 쓰이랴. 날씨도 뜨거운데 냉커피 한 잔 하자는 이웃의 기별이다. 이 뜨거운 날씨에 냉커피라는 미끼는 덥석 물 수밖에 없다. 마시고 나서 배가 아프든 잠을 설치는 것은 나중 문제고 우선은 얼음이 동동 떠있는 달달한 커피 이것을 어찌 외면하겠는가.

낚시를 하기 전 밑밥을 먼저 준단다. 고기들을 모이게 한 다음 본격적으로 바늘에 미끼를 끼워 고기를 잡는 것이다. 밑밥과 미끼를 잘 구분해야 물고기는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미끼라는 말은 부정적인 뜻으로 쓰일 때가 많다. 그리고 저속한 언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덥석 물어놓고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상태, 우리는 살면서 그런 일을 몇 번은 경험한다.

삼십 대 중반에 월급쟁이가 무슨 돈이 있어 상가 건물을 지을 것인가.

건축업자가 땅만 있으면 건물을 올려 세를 놓으면 된다는 말을 믿었다. 그 미끼 때문에 20여 년 먹지도 뱉지도 못하고 곤혹만 치렀다. “새는 먹이를 탐해서 죽고 물고기는 미끼를 탐하다가 죽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것을 물을까 말까 앞 뒤 잘 재고 이것이 내 것이 될 것 인가 아닌가. 눈앞에 보이는 이득만 보거나 맛을 보기도 전에 침을 흘리는 유혹, 이것을 떨쳐버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꽃 종류만큼이나 많은 미끼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미끼는 달콤한 유혹이다. 왠지 꼭 잡아야 할, 기회를 놓치면 나만 바보가 될 것 같은, 심한 갈등을 겪게 한다. 흔들리기 쉬운 것이 세상 살아가는 일이다. 돈 몇 푼에 흔들려 인생을 망치기도 하고 여자의, 남자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서 패가망신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세상을 버티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센 멘탈이 필요하다. 아무리 뿌리를 깊이 박아도 작정하고 흔드는 바람은 막을 길이 없다. 지금처럼 코로나19로 다들 예민해 있을 때 무슨 음식이 좋다더라 하는 건강한 미끼부터 소시민들에게 부자가 될 수 있는 일확천금의 미끼를 외면할 수 있겠는가.

생각해보니 뜨겁게 살아보지도 못했는데 어느덧 육십 고개를 훌쩍 넘어왔다. 오늘도 어 하다 보니 하루해가 넘어간다. 세끼 밥 먹고 마당에 풀 몇 포기 뽑고 문우가 보내준 수필집 몇 쪽 읽은 것이 오늘을 보낸 시간이다. 한창 꽃을 피우기 시작한 목 백일홍나무가 장맛비를 이기지 못하고 엎드려 있다. 엎드려 있는 백일홍나무를 보면서 지금까지 나를 지탱하는 것은 무엇인가 또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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