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語로 버무린 자연·삶의 생태학적 관계
詩語로 버무린 자연·삶의 생태학적 관계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07.28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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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수 시인 두번째 시집 `꽃나무가 중얼거렸다' 출간
`매운 방' 이후 14년만 … 꽃·식물 등 47편의 사유의 시

 

신준수 시인이 두번째 시집 `꽃나무가 중얼거렸다'(푸른사상)를 출간했다.

첫 시집 `매운 방' 이후 14년 만에 엮은 시편들은 자연과 삶의 생태학적 관계를 조망하는 47편의 시로 구성됐다.

본문에는 아기똥풀, 앉은부채, 수양버들, 랄리구라스 등 꽃과 식물에 대해 이해와 지식이 시인의 사유 속에서 그려진다. 어린 시절 시골마당을 뛰놀던 시인의 삶터와 숲 해설가로 활동하며 쌓은 다양한 경험이 한 편의 시 속에서 빛을 발한다.

술을 좋아했던 아버지가 살구꽃과 말놀이 중이시고, 갑자기 문맹이 되어버린 동생의 공백 같은 삶의 낱장들, 어수룩한 친구 종배가 종이배처럼 가라앉은 죽음의 기억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시간의 과정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무거운 것만은 아니다. 시인은 자연물을 통한 묘사와 참신한 상상력, 발랄하면서도 재치 있는 어법들로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을 풍요롭고도 다채롭게 내보인다.

오랫동안의 시의 침묵을 깨고 선보인 이번 시집에 대해 시인은 “14년, 첫 시집 출간 후 긴 시간이 흘렀다. 시 쓰기란 부질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그래서 인지 기쁨보다는 아련함이 많다. 품에 끼고 살던 자식이 훌쩍 곁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먼 길을 떠나는 느낌. 시원섭섭하다”고 말한다.

주변의 따뜻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시인은 “슬픔을 슬프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 애써 외면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곳이 쑤시고 결리고 아팠다. 그러고 보면 여러 편의 시들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며 “자연과 더불어 놀고 먹는 모습과 꽃송이들이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시집이다”고 들려줬다.

신춘문예로 문학적 역량을 인정받았지만 시인은 “쓸수록 어려운 게 시”라며 “내 시가 깃발 없는 깃대처럼 허전해 보이지 않도록 시의 지평을 열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공광규 문학평론가는 “꽃과 식물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서 꽃과 식물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풍부한 신준수는 모든 시의 재료를 채취한 뒤 가능한 꽃과 식물로 변용한다. 그러니까 꽃과 식물은 신준수의 식물성에 가까운 세계관을 대변하는 객관적 상관물인 것”이라며 “그의 시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고전 제재, 웃음을 주는 서사와 구성, 발랄하고 청신한 어법의 배경에도 꽃과 식물이 있다. 모든 사물과 사건을 꽃과 식물로 치환해서 보여주려는 노력과 진술 방식은 신준수만의 특기이자 개성이다”고 평했다.

또 “자신의 세계관을 객관적 상관물인 꽃을 통해 내보이는, 표현하는, 발성하는 시인의 태도와 순정한 식물성의 마음이 담긴 `꽃 피고 지는 씨가 맺힌/한 권의 나무 같'(씨, 혹은 시)은, 꽃다발 같은, 꽃밭 같은 이 시집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잠시나마 서정의 광휘에 휩싸였으면 한다”고 전했다.

신준수 시인은 강원도 영월 출신으로 현재 청주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0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에 시로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충북작가회의 회원, 시천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시집 `매운 방', 생태에세이집 `토끼똥에서 녹차 냄새가 나요'와 `껌 먹는 두더지'가 있다.

/연지민기자
annay2@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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