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채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0.07.2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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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따따~구리~구리~마요네즈~♪ 마요네즈 케첩은 맛좋아~ 인도~인도~인도네시아~사이다~♬'앞뒤가 맞지도 않는 노래 가사를 목청껏 부르며 고무줄놀이를 하던 중학 시절이 떠오른다. 키가 클 것을 염려하여 서너 치수 크게 맞춘 어벙벙한 팥죽색 교복 치마를 그리고 그 안에 파랑 체육복 바지...다리를 쩍쩍 벌려가며 고무줄놀이에 한창이던 철없던 시절이 오버랩 되며 미소가 머금어진다.

이 책의 주인공 다현이는 가곡을 좋아하고 아이들이 거의 하지 않는 블로그를 한다. 보통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면 다현이의 취향은 무척이나 올드하다. `진지충' ` 선비질한다'고 놀림을 받을까 봐 걱정인 다현이는 비밀 블로그에만 생각을 털어놓는다.

수초 가득한 어항에서 헤엄치는 모습이 예뻤던 체리새우. 맑은 물에서 사는 담수 새우이고 몸집이 자라면 주기적으로 탈피한다. 빈 껍질을 벗어 버리고 점프하는 모습이 무척 신비로웠다. 작고 연약한 듯 보이지만 굳건한 생명체. 나를 닮았다. 소개한다. 이 책의 전체를 짧고 강렬하게 소개하는 내용이다.

다현이는 초등 5학년 때 은따를 당한 경험이 있다. 친구 한 명이 `그 애 좀 이상하지 않아?'라고 씨앗을 뿌리면 다른 친구들은 `이상하지, 완전 이상해'라며 싹을 틔운다. 그다음부터는 나무는 알아서 자란다. 단지 `조금 이상한 그 애'로 찍혔던 그 애는 어마어마한 이미지의 괴물이 되어 있는 것이다.

친구 관계에서 아픔이 있던 다현이는 중학생이 되어 새롭게 결성된 다섯 손가락 친구들 사이에서는 최대한 평범한 척 행동한다. 친구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조심한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 다현이는 쇼핑백을 집에 가져다 놓아주고, 집에 두고 온 책을 학원으로 가져다주는 등 친구의 심부름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기주장도 없는 편이고 마음속 이야기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런 다현이에게 큰 사건이 생긴다. 우리 친구들의 밉상 1위 노은유와 같은 모둠이 되어 마을 신문 만들기를 해야 하는 사건. 혼자 있어도 어색하지 않고, 자기 취향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노은유는 조금 달라 보인다. 노은유가 밉상 1위가 된 이유를 잘 모르지만, 친구들이 싫어하는 아이라 같이 싫어하는 척한다. 하지만 같은 모둠이 되어 만날수록 노은유가 점점 괜찮아지고 공통점도 발견한다. 노은유를 포함한 마을신문 만들기 모둠 친구들과 친해질수록 다현이는 다섯 손가락 멤버에서 소외가 된다. 또다시 은따가 되고 있다.

다현이는 점점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 친구와의 관계에서 나 자신은 돌보지 않고 친구기분에 이리저리 끌려가는 모습! 친구를 도와주고도 존중받지 못하는 모습! 내 의견을 말해봤자 들어주지도 않아 아예 말을 꺼내지도 않는 모습! 지금까지 친구 관계에서 나는 없었다.

다현이는 체리새우처럼 자유롭게 탈피하기로 했다. `아니라고 정신!'그리고 `어쩌라고 정신!'을 무장한 채. 다른 사람의 시선에 과도하게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남들이 뭐라 하건 나에게 집중하면 된다.

좋은 친구란 서로에게 햇살이 되어주고 바람이 되어주고 독립된 나무로 잘 자라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이다. 조금 외로워도 괜찮다. 영혼의 빈자리를 온전히 나로 채우면 된다. 그러면 점점 좋은 친구가 생길 것이라고 토닥여준다.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 나 혼자 외톨이인 것 같은 요즘 상큼 발랄 중학생 다현이의 체리새우 블로그에 방문하여 위로받고 싶다. 어쩌라고! 정신을 본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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