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대란' 재현되나…임대차3법發 후폭풍 확산
서울 '전세대란' 재현되나…임대차3법發 후폭풍 확산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0.07.2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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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세시장 각종 통계 수치 들여다보니
'수요>공급' 2015년 전세대란 이후 수급 불균형 최고

'고삐 풀린 전셋값' 매물 품귀에 집주인 너도나도 올려

'전세=최후의 보루' 세입자 전세 선호 현상도 대란 수준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장마철 비수기에도 이례적인 상승세를 지속하는 배경으로 공급 부족과 수요 급증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지목된다.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은 지난 2015년 '전세대란' 이래 수요 대비 공급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주택 매입 시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면서 시중에 나오는 전세 매물이 줄고 있는 반면,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시행을 앞두고 집주인이 사전에 보증금 인상에 나서면서 인상폭이 가팔라지고 있다.



반면 세입자들은 집값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주택 매입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데다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개발을 앞두고 청약 대기수요가 크게 늘면서 전세 선호 현상도 강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80.1을 기록해 지난 2015년 11월 둘째 주(183.7)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부동산 중개업체를 대상으로 전세수요에 비해 공급이 어느 정도인지를 설문조사해 숫자로 나타나낸 것으로 '100'보다 높으면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 지수가 180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3~2015년 '전세대란' 이후 처음이다. 전주(175.7)와 비교해 4.4포인트(p) 올랐다. 특히 강북(180.1)이 강남(177.7)에 비해 수급 불안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실거주 요건 강화와 등록임대사업 사실상 폐지 등의 영향으로 집주인들의 자가 입주가 늘면서 전세 매물은 크게 부족해진 탓이다.



전세 수급 균형추가 무너지면서 전셋값은 고삐가 풀린 것처럼 가파른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KB국민은행 통계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20일 기준 0.26% 올라 지난해 7월 이후 53주 연속 오름세다. 최근 5주간 상승률(0.21→0.22→0.29→0.27→0.26%)도 지난 2015년 10월 넷째 주(0.2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매물 품귀 현상에 집주인의 가격 협상력이 강해지면서 전셋값 인상을 통해 금리 인하나 세제 강화에 따른 수익 감소를 임차인에게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임대차 3법의 시행을 앞두고 전셋값을 미리 올리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법 시행 이후에는 집주인이 전월세 보증금을 종전 계약 대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인상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임차인들의 전세 선호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현재 6월 거래일 기준 서울에서 확정일자를 신고한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9858건에 그쳤다. 정부가 지난 2011년 1월부터 확정일자 기준으로 전·월세 실거래 가격 정보를 집계한 이래 전월세 거래가 1만 건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월(1만2103건) 대비로는 2000건 이상 감소했다.



반면 이 중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76.0%(7491건)으로 조사돼, 지난 2014년 9월(76.3%) 이후 가장 높았다.



서울의 높은 집값으로 전셋집은 서울살이의 최후의 보루가 된지 오래다.



여기에 교육제도 개편, 실거주 요건 강화, 청약 대기수요,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 각종 영향으로 전세 수요는 급속하게 몰리고 있지만 정부 규제의 영향으로 시중에 매물이 희귀하다보니 여름철 비수기임에도 이례적인 전세 수급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 나타난 전세 수급불안으로 지난 2015년의 전세대란이 재현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된다면 최근의 급격한 전셋값 상승에는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당정은 임대차 3법을 현재 존속 중인 계약에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익을 목적으로 제도 시행 초반 갑작스러운 전월세 가격 급등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입법 취지와 달리 예상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이미 전세시장은 법 시행 전까지 전셋값을 올리려는 움직임이 급격하게 전개되고 있다. 당정이 이날 법 개정 논의에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 전까지는 당분간 전셋값 상승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이달부터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집을 사는 갭투자가 원천 봉쇄되고 거주 요건이 강화되면서,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전세 매물은 앞으로 더욱 귀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등록임대사업에 대한 혜택이 축소된 탓에 집주인들도 전세를 내놓을 유인이 사라지면서 월세 전환이 빨라져 서울 내 주거비 부담이 가속화 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임대차3법이 시행되더라도 일부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국지적인 전셋값 불안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임대차3법은 세입자의 안정적인 주거권을 장기적으로 강화하는 데 초점이 있지, 전셋값 안정 장치는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법에서 정한 기간 이후 그동안 올리지 못한 전셋값이 한꺼번에 오르거나 '전세의 월세화'를 통해 서울의 주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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