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각보다 아름답다
우리는 생각보다 아름답다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0.07.26 1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학습된 무기력은 심리학자 셀리히만(M. Seligman)과 동료 연구자들이 동물을 대상으로 회피 학습을 통해 공포의 조건 형성을 연구하던 중 발견한 현상이다.

셀리히만은 24마리의 개를 세 집단으로 나누어 A집단의 개에게는 코로 조작기를 누르면 전기충격을 스스로 멈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B집단은 코로 조작기를 눌러도 전기충격을 피할 수 없는 환경을 제공했다. C집단은 비교 집단으로 상자 안에 있었으나 전기충격을 주지 않았다.

24시간 이후 이들 세 집단을 다른 상자에 옮겨 놓고 전기충격을 주었다.

세 집단 모두 상자 중앙에 있는 담을 넘으면 전기충격을 피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A집단과 C집단은 중앙의 담을 넘어 전기충격을 피했으나 B집단은 전기충격이 주어지자 피하려 하지 않고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전기충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B집단은 자신이 어떤 일을 해도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무기력이 학습된 것이다.

학습된 무기력은 정서적 혼란, 극도의 스트레스, 우울 증상 등 여러 부정적 증상들을 초래하게 된다.

그렇다면 스스로가 생각하는 내 모습과 타인이 바라보는 내 모습은 얼마나 닮았을까?

Dove Real Beuty Skethces는 2013년 제작된 단편 영화다.

이 영화는 먼저 실험자(여자)들이 장막으로 가려진 방에 들어간다.

그 방에는 실험자를 전혀 볼 수 없는 몽타주를 그리는 전문가가 앉아 있다. 그는 실험자가 묘사하는 실험자 자신의 모습만을 듣고 몽타주를 그리게 된다.

그런데 이 방에는 실험자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또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실험자의 모습을 직접 보고 전문가에게 그들을 묘사해 몽타주를 그리게 한다.

실험자 자신이 자신의 모습을 직접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실험자의 모습을 보고 몽타주를 그리는 사람에게 묘사를 하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묘사한 자신의 얼굴과 타인이 묘사한 자신의 얼굴, 이 두 얼굴은 얼마나 닮았을까?

그런데 자신이 묘사한 자신의 얼굴보다 타인이 묘사한 자신의 얼굴이 더 밝고, 긍정적이며, 예쁘게 그려졌다. 우리는 스스로의 생각보다 아름다우며 자신의 평가보다 훌륭한 성격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높은 취업 문턱, 얄팍한 월급, 직장 내 값질, 을들의 전쟁 속에서 주눅들거나 자신을 탓하지 말자.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는 사회구조적 벽이 있기 때문이다.

산업기반이 확장되며 계층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웠던 과거에는 기회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계층이동의 역동성이 떨어지며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기회의 차별로 이어져 소득과 직업의 격차로 연결되는 세습자본주의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시민들의 연대를 통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성취의 경험이 있다. 전쟁의 폐허에서 짧은 기간 산업화를 이뤄냈으며 군사독재를 끝장내고 민주화를 성취했다.

2002년 월드컵에서 거리로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우리 국민들은 흥과 끼를 마음껏 뽐내면서도 쓰레기와 폭력 없는 응원문화를 펼쳐 세계를 놀라게 했다.

K팝을 선두로 영화와 드라마, 한식, K뷰티가 한류라는 이름으로 지구촌을 설레게 하고 있다. 그러니 코로나로 역사적 변곡점을 맞이한 지금, 우리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우리를 주눅들게 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사회구조적 벽을 허물기 위해,또다시 깨어 있는 성숙한 시민들의 힘과 지혜가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