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원도 못 끌어오면서…
분원도 못 끌어오면서…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0.07.2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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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적지않은 전문가들이 2400년께 부산을 탈출해 서울로 향하는 이주 행렬을 끝으로 대한민국의 지방은 소멸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회 입법조사처 등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도 한반도의 외로운 섬으로 남아 350년 정도 더 존속하다가 2750년께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대한민국의 수명이 불과 700여년 남았다는 얘기다. 현재 인구증가율과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앞으로 계속 유지될 경우를 전제한 예측이다.

5년 정도 전에 나온 전망치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대한민국 소멸시점은 지금 더 앞당겨졌을 것이다. 지난 해부터 인구 감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수도권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전체 인구의 과반을 넘기는 등 지방과 국가의 소멸을 재촉하는 지수들이 더욱 악화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정부가 어떠한 처방을 써도 서울의 집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으면서도, 전문가들이 내린 국가 사망선고는 믿지 않는다. 특히 많은 서울 사람들은 지방의 소멸이 서울의 소멸로 이어진다는 연계성을 애써 부정한다.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가 조선시대 경국대전까지 동원해 국회가 의결한 신행정수도법을 저지한 것은 기득권 욕구 앞에서 공멸의 논리가 외면된 대표적 사례이다.

여당이 16년 전 헌재가 죽인 행정수도법을 되살리겠다고 나섰다. 개헌을 해서라도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으로 이전하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청와대와 국회가 세종으로 간다고 영양실조로 말라비틀어진 지방에 당장 살이 오르고, 서울 인구가 대거 지방으로 분산돼 경향 공생시대가 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 이전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는 하나다.

지방의 붕괴를 다소나마 늦추고 균형과 상생을 고민할 시간을 벌어줄 유일한 대책이기 때문이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입지나마 온전하게 지방에 뒀을 때 구호에만 그쳐온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 진전을 이룰 가능성이 높아진다.

문제는 정권과 여당의 의지다. 그동안 국가균형 정책과 세종시 보완 정책을 다뤄온 여당의 행적을 보면 그렇게 믿음이 가지 않는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153개다. 그러나 아직도 수도권에 자리잡은 공공기관은 300개가 넘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018년 취임하며 수도권 122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2차 이전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장담했다. 진전은 없었고 지난 총선에 공약으로 재등장 했다. 지난 1차 공공기관 이전은 수도권 인구가 7년 동안 정체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20 17년부터 증가세가 원위치 했고 지난해 수도권 인구가 마침내 지방을 추월하는 역전이 발생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을 미적거린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시 국회분원 설치도 마찬가지다. 국회는 지난 2017년 한국행정연구원에 조사를 의뢰해 세종시의 부처를 관장하는 국회 상임위와 예결특위만 옮겨와도 지방에 2만3000여명의 인구가 늘어난다는 결과를 얻었다. 지방 총생산도 785억원 증가해 적지않은 균형발전 효과를 낳는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런 용역결과를 얻고도 아직까지 국회에서는 여·야협의도 못하고 있다. 분원설치를 주도해온 민주당에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다. 공약한 분원도 끌어오지 못하는 민주당이 국회를 통채로 옮길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보고받고 적극적인 추진을 당부했다고 한다. 착수하자 마자 곳곳에서 조직적인 저항에 봉착할 것이다. 이미 이전 대상 기관들이 연대해 저항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정부와 여당은 2차 공공기관 이전부터 제대로 성사시켜 행정수도를 완성하겠다는 의지와 진정성을 검증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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