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과 매몰(3)
발굴과 매몰(3)
  • 반영호 시인
  • 승인 2020.07.2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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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돌탑을 쌓기 시작한 지 보름이 지났다. 지름 3m에 내 키만큼의 높이까지 쌓았다. 가까운 곳에 있는 돌들은 거의 다 옮겨 쌓았고 먼 곳의 돌들을 가져와야 한다. 이제부터가 정말 힘겨운 일이 될 것이다. 먼 곳에서 옮겨 오는 일도 힘들지만 높이 올리는 일은 보통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목재나 파이프 등으로 가설재(아시바)를 설치해야만 한다.

돌탑을 쌓건 돌담을 쌓건 돌을 쌓다 보면 재미있는 일도 많다. 돌 모양이 다 다르므로 서로 맞는 각을 찾아 이리저리 재보고 맞춰가야 한다. 이 작업이야말로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게임과도 같다. 정 맞지 않으면 망치나 해머로 깨기도 하고 고이거나 끼워 넣기도 한다. 가급적 외벽 쪽이 반듯해야 보기도 좋다. 돌탑을 쌓는 이유가 밭의 돌을 치우는 첫 번째 이유요, 두 번째는 기왕이면 그 돌들을 가지런히 쌓아 멋진 탑을 쌓는 데 있고, 돌탑 속에 타임캡슐을 묻는다는 게 세 번째 이유였다. 두 번째 이유인 멋진 탑을 만들려면 외벽은 매끄러워야 보기 좋다.

사람의 얼굴 모양이 그렇듯 돌은 열이면 열, 백이면 백 개가 하나같이 같은 크기나 같은 모양의 돌은 없다. 각양각색이다. 둥근 돌, 뾰족한 돌, 넓적한 돌, 단단하거나 푸석한 돌들. 크기는 바위로부터 잔자갈까지 다양하다. 이 돌들의 면과 각을 조합시켜 튼튼하게 쌓아야만 한다. 크건 작건 모가 났건 쓰지 못하는 돌은 없다. 큰 돌은 큰 돌 대로 작은 돌은 작은 대로 다 쓸모가 있다. 큰 돌만 가지고는 탑을 쌓을 수가 없다. 반대로 작은 돌만으로도 제대로 된 탑을 완성시킬 수 없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도 돌 쌓는 일과 다르지 않으리라. 조직화된 완전한 사회를 이루려면 엘리트만 모여서는 안 된다. 조직은 유기체이다. 집합체를 형성하는 구성물들인 인간이나 기타 유, 무형의 요소와 집합체 형성을 위해 배치된 자원들 간의 상호 관계성에 의해 만들어지는 집단 구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조직에는 필요조건이 존재한다. 그것은 공동의 목표이다. 한 개인이 사회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있어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정체성을 가지고 공통의 행동 양식에 따라 지속해서 상호 작용하는 사람의 무리를 사회라고 하는 것이리라.

오래전에 전북 진안에 있는 마이산에 간 적이 있었다. 이갑용 도사가 쌓았다는 120개의 돌탑. 그 어마어마한 규모나 기술 면에서 놀랐다. 세계인이 뽑은 대한민국 최고 명소라고도 하는데 지금은 80여 개가 남아 있다고 하니 30%는 훼손된 셈이다. 내가 쌓는 이 돌탑도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다. 더 오래도록 버틸 수 있도록 외양도 중요하지만 큰 돌, 작은 돌이 맞물리고 엮어져서 천 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을 견고한 탑을 만드는 것이다.

돌탑을 쌓고부터 처음에는 몰랐는데 어느 때부턴가 왼쪽 팔과 어깨가 아프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보니 너무 무리를 하여 생긴 통증이란다. 주사를 맞아도 잠시뿐 차도가 없어 안마소를 찾아갔다. 맹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생전 처음 받아보는 안마인데 의외로 시원했고 효과가 있다. 그런데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매번 5만 원씩이나 지급해야 하는 큰 부담이다. 원장은 바우처 안마를 신청해 보라고 일러줬다. 바우처 안마. 바우처 제도란 정부가 수요자에게 쿠폰을 지급하여 원하는 공급자를 선택도록 하고, 공급자가 수요자로부터 받은 쿠폰을 제시하면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인데 바우처 안마가 확정되면 한번 받는데 본인부담 4천원이라니 좋은 제도이다.

근육이나 관절 혹은 몸에 이상이 있어 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분들을 안마시술소 혹은 안마원에서 저렴하게 안마를 받을 수 있게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는 제도로 음성군에도 시행되고 있다니 한번 신청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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