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닭으로 사는 인생
쌈닭으로 사는 인생
  • 양철기 교육심리박사·음성 원남초 교장
  • 승인 2020.07.2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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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박사·음성 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박사·음성 원남초 교장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다.'라고 그리스 철학자 프로타고라스는 말했다. 사람은 각기 제 나름의 척도나 기준이 있어 자신의 주변 모든 것에 대해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의견을 제시한다. 프로타고라스에 의하면 진리는 개인에 따라 상대적이다. 그리고 개개인이 모여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는 인생 속에서 성숙한 사람, 교육받은(educated) 사람은 상대의 척도와 자신의 척도가 다름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어 갈 줄 아는 사람이다.



#쌈닭

별명이 `쌈닭'인 사람. 토론이나 언쟁 시 되면 절대로 지지 않으려 하고 목소리 톤부터 높아지며 전투태세로 덤비는 사람. 누가 보더라도 논리가 틀렸고,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도 그 자리에서만큼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 `나는 무조건 옳고 너희들은 내 말을 따라야 해'라는 식으로 이끌어 가려는 사람. 질문도 연신 자신에게 동의를 구하는 자세로 던지기 때문에 대화하는 게 아니라 억지로 끌려가고 있고, 그의 말을 듣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사람.

온라인상에서 자기 의견이 옳은 것으로 결론날 때까지 엄청나게 긴 반박 글을 써내거나 소모적인 댓글을 끊임없이 다는 사람. 대화할 때 그와 함께 있으면 불편하고 신경이 곤두서 최대한 피하고 싶지만 함께 근무해야 하니 힘든 사람. 이런 사람들은 인간관계를 협동의 관계로 보기보다는 경쟁 구도로 보며, 패배에 대한 공포가 워낙 크고, 주변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도 그만큼 크기 때문에 자신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무리하게 정면 돌파하려고 한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 tean bed)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는 `잡아 늘이는 자'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힘이 센 거인 악당으로 아테네 교외의 강가에 살면서 강도질을 일삼았다. 그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잡아 자신의 쇠 침대에 눕혀 놓고 키가 침대보다 길면 그만큼 잘라내고 키가 침대보다 짧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춰 늘여서 죽였다. 그래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란 말은 자기 생각에 맞추어 남의 생각을 뜯어고치려는 행위,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까지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횡포, 아집, 독선을 의미한다.

한편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는 보이지 않는 장치가 있어 침대의 길이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었다. 결국, 누구도 쇠 침대에 맞는 경우가 없어 모두 죽임을 당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쇠 침대 하나쯤은 마음속에 감춰 두고 있다. 각자의 쇠 침대는 각자가 지닌 자신만의 척도이다.



#한 수 가르치려고 하지 마라

“김 대리님, 지금 감정이 많이 격해지신 것 같아요. 좀 진정하시고 이야기해요.”

“뭐요, 제가 격해져요. 무슨 근거로. 난 아무렇지 않아요. (씩씩…)”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박사는 `쌈닭'유형의 사람을 대할 때 상대방의 감정에 대해 논평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상대방을 진정시키려고 그런 말을 했다 하더라도 그 말을 들은 사람은 더욱더 화를 내며 공격적으로 반응하기 일쑤다. 뭔가 한 수 가르치려는 듯이 위에서 얘기한다는 느낌을 상대방이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를 진정시키려 격언이나 속담을 인용하는 것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 참, 악당 프로크루스테스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결국엔 영웅 테세우스(Theseus)에 의해 최후를 맞는다. 테세우스는 프로크루스테스를 그가 저질러 온 똑같은 방식으로 쇠 침대에 눕히고 목을 잘라 버린다. 남을 해치려고 만든 쇠 침대가 자신의 형틀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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