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염화 6
세존염화 6
  •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20.07.2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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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일파유조수부득(一把柳條收不得)하여
한 주먹의 버들가지 잡아 얻지 못하여

화풍탑재옥난간(和風搭在玉干)이로다.
봄바람에 옥난간 벽에다 걸어 둠이로다.

반갑습니다. 무문관 공안으로 보는 자유로운 선의 세계로 여러분과 함께하는 괴산 청천면 지경리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제가 상주하고 있는 산골 초암에는 고대하던 연보라빛 옥잠화가 피었습니다.

이 시간에 살펴볼 공안은 제법실상형 공안인 무문관 제6칙 세존염화(世尊拈花) 6입니다.

부처님께서 마하가섭에게 전한 것은 무엇일까요? 이것은 `금강경'에서 설하신 무상정등정각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곧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 꽃을 대중에게 들어 보임이 불정혜(佛定慧)를 형상화하는 법문이라 답할 수 있는 분은 이미 선지식(善知識)의 안목을 갖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부처님의 열반 이후 인도에서 가섭 존자는 선종 제1대 조사가 되었고 제28대 조사인 달마에까지 이어져 왔는데 달마 조사가 중국으로 건너오게 되니 인도에서는 선맥이 끊기게 되었고 중국에서 달마대사는 제1대조가 되었으며 6대조 혜능 선사에 이르러 그 선풍이 크게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진정으로 바라신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자신처럼 제자들도 자기의 삶을 긍정하도록 하는 겁니다. 오히려 부처님께서는 자신을 숭배하기보다는 제자들이 스스로 부처가 되는 것을 보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만약 제자가 선생님을 계속 존경한다면 제자는 영원히 학생으로만 남게 될지도 모를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부처님께서는 이 장에서 당신이 깨달은 것을 맹신하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신의 깨달음을 부정하라는 역설적인 형식을 취하는 듯합니다. 그럴 때에라야 제자들도 자신처럼 성불할 수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모든 맹신은 맹신의 대상이 좋든 그렇지 않든 일종의 강박이고 집착일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반대로 외적인 권위에 대한 부정은 모든 종류의 집착을 끊고 곧바로 나아가게 하는 자유로운 지름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이 당신 자신만큼 자유로워져서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는 제자들의 모습을 고대하셨을 겁니다.

다음 시간에는 무문관 제6칙 세존염화(世尊拈花) 7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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