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의 의로운 청년
부처님 오신날의 의로운 청년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7.05.24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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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화씨 장기기증 후 숨져… 9명 새생명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져 있던 대학 휴학생이 자신의 장기를 새생명을 위해 나눠주고 죽음을 택함으로써 부처님 오신날의 뜻을 더욱 깊게 했다.

9명의 환자에게 새생명을 나눠주고 의롭게 삶을 마감한 주인공은 고 박종화씨(21).

그는 지난 9일 새벽 청주 강서동에서 가로수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로 하나병원에 입원 중 6일간 뇌사상태에 빠져 있다 9명의 환자에게 장기기증 후 23일 청주 목련공원에 안장됐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던 박군은 충청대학 체육과 휴학 중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사고 후 긴급히 하나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호전되지 않고, 17일부터 뇌사상태에 빠져 의식을 찾지 못했다. 이후 가족들의 합의하에 장기기증을 했고, 박군은 병을 앓고 있던 환자 9명에게 장기를 이식하고 마지막 길을 떠났다.

건설업을 하는 아버지 박병오씨와 사업가인 어머니 진병숙씨 사이에 1남 1녀 중 아들인 박군은 중·고등학교 시절 펜싱선수로 활약하며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딸 만큼 운동을 좋아했다고 한다. 건장한 아들이었던 만큼 갑작스런 아들의 사고는 가족들에게 커다란 충격이기도 했다. 박군의 어머니 진병숙씨는 "아들이 뇌사상태에 빠진 후 아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니 장기기증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자존심도 강하고 스스로 용돈을 벌어쓸 만큼 자립심도 강한 아이였기에 평소 아들이 보여준 행동에 따라 가족들이 장기기증을 결정했다"고 한다.

진씨는 "장기기증 때문이 아니라 아들은 멋있고 자랑스러운 남자아이였다"며 "평소 믿음직스럽고, 정직하고, 예의바른 아들이었기에 좋은 곳에서 날개를 펼것이라 생각하고 아들은 가슴 아프게 갔지만, 누군지 모를 9명의 사람이 새생명을 얻었다는 마음으로 슬픔을 삭이고 있다"고 말해 주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젖게 했다.

박군의 친구 이은정양은 "성격이 밝고 거짓말 안하는 순수한 친구였다"며 "자기일 남의 일 구분하지 않고 잘 도와주고 어려워도 내색하지 않는 믿음직스러운 친구였는데, 세상을 떠난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박군의 어머니 진씨는 "아들의 장기기증을 결심하고 기증 과정을 거치면서 각 기관이 연계되지 않아 오히려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아들의 소식을 듣고 많은 분들이 내일처럼 걱정해주셔서 아름다운 아들의 마지막을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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