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심이 나에게 말을 거네
시기심이 나에게 말을 거네
  •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 승인 2020.07.1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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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얼마 전, 좀 아는 시인의 북 콘서트에 다녀왔다. 조용한 그는 말을 아끼는 듯했지만 정성스레 하는 모든 말들이 참 고왔다. 팬이라며 모인 사람들과 도반, 그를 아끼는 지인들까지 모두 그에 대한 좋은 인상과 특별한 기억을 갖고 있었다.

난 이럴 때, 시기심이 발동한다. 유치하고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시기심은 자기가 가치 있다고 느끼는 분야에 성과를 올린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이다. 프란체스코 알베로니는 시기심이 많은 사람은 스스로 무능함 때문에 고뇌하며 자괴감에 빠진다며 시기심을 `무능함의 고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감정은 자신의 상황과 타인의 상황을 비교하도록 한 후 적어도 한 분야에서 자신의 열등함을 확인하게 한다.

그리고 당장은 이 열등감을 수정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기게 한다. 프랑수아 를로르는 책 `내 감정 사용법'에서 시기심의 형태를 세 가지로 나눈다. 침체적 시기심, 적대적 시기심과 경외적/경쟁적 시기심이다. 침체적 시기심은 우울하고 무기력해지며 생각을 지우려고 애쓴다. 적대적 시기심은 동료에게 나쁘게 말하거나 `골탕'먹일 준비를 한다. 마지막으로 경외적 시기심은 동료를 축하하고 동료처럼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기심이 있다. 자기 파괴적인 시기심으로 관계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 진단해보자면 나는 대체로 경외적 시기심이 종종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몇 년 전 일본의 어느 할머니 시인이 화제가 되었다. 아흔을 넘긴 나이에 시를 쓰기 시작한 시바타도요 할머니다. 과거에 시 쓰는 이들을 부러워했던 할머니는 노년이 되어서야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시로 쓰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인생이란 언제라도 지금부터야, 누구에게나 아침은 반드시 찾아온다.'라는 생각으로 살았다고 한다. 결단과 생각을 실체적 삶으로 살아낸 또 다른 할머니가 있었으니 그림책 `엠마'의 주인공 엠마 할머니다. 엠마 할머니 또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화가 엠마 스틴) 엠마는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할머니다.

72세부터 그림을 그렸다는 실재 인물 엠마 스틴은 나처럼 시기심으로만 무장한 사람은 아니다. `인간의 시기심은 존경과 모방에서 비롯된다.`고 르네 지라르'가 말한바 있듯이 엠마는 그림을 그리는 이와 그림에 대한 모방과 자기만의 생각을 발판삼아 스스로 자기 삶을 개척했다. 엠마와 시바타도요가 경외적 시기심으로 자신의 생을 가꾸어 나갔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 시기심은 인류 보편의 감정이며 이런 열등감과 삶의 아쉬움은 생의 의욕을 불태우게도 한다. 부정적으로만 시기심을 다룬다면 편견이다.

내 속에 꿈틀대고 여름처럼 뜨거우려는 시기심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시기심의 노예가 되면 정신건강에 안 좋을 뿐 아니라 관계를 망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국 나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과 같다. 프랑수아 를로르는 시기심을 긍정적으로 남이 알아채지 못하게 표현하거나 상대방의 장점을 상대적으로 바라보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우월함을 인정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부러워하면 지는 거다. 얼마 전, 다시 습작을 시작했다. 난 중년이니까 `시바타도요'나 `엠마'보다 조금 일찍 시작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 보려 한다. 이것도 그녀들을 시기하는 마음에서 필터링 한 것이다. 산다는 것은 참 많은 감정을 안고 살아가지만, 그것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한 몸부림이 나를 더욱 나답게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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