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운 스승이란
참다운 스승이란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0.07.1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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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비인부전(非人不傳)이란 가르침이 있다.

배우려는 자가 사람답지 않으면 전할 수도 없고, 전해서도 안 되고, 전해지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모든 것이 다 그렇다. 특히 도와 진리 및 종교와 철학 등 인간과 인생의 근본 문제를 다루는 분야는 더욱더 그렇다. 배우려는 자는 사람다워야 할 뿐만 아니라, 배우는 매 순간 일심의 지극 정성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배울 수도 없고, 조금 배워서 무엇인가를 알고 얻은 바가 있다고 해도 그릇된 곳에 오남용 하기 쉽다.

가르치는 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인격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구구단과 같은 단순 지식을 가르치고 전하는 데는 적확한 지식만 있으면 된다. 달리 거창한 무엇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도와 진리 및 종교와 철학 등 인생을 살아가는 근본적인 지혜를 가르치는 자가 인격적으로 부족하거나, 가르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이해도 및 그 쓰임 등 기능적 측면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가운데, 지행합일(知行合一)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제대로 가르치고 전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가르치고 배우는 것과 관련한 옛 성인의 가르침 중에, 비기인물교(非其人勿敎) 비기진물수(非其眞勿授)라는 말씀도 있다. 비인부전보다 더 직설적이고 구체적이고 냉정한 표현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고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는 가르침이다. 비기인물교(非其人勿敎) 비기진물수(非其眞勿授) 즉, 그 사람됨이 올바르지 않으면 가르치지 않으며, 그 가르치고자 하는 바가 진실이 아니면 가르치고 전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 말은 올바른 배움과 올바른 가르침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무엇인가를 배우기로 결심했다면, 배우는 자는 자신의 주견과 주의-주장을 다 내려놓고 겸허한 마음으로 배움을 청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가르치는 자는 온전한 앎의 토대 위에서 자신이 아는 것만 가르치되, 가르친다는 아만상이 없어야 한다. 배우는 자는 최선을 다해서 배운 뒤, 그 배운 바를 때때로 익히며 완전히 소화하는 노력을 이어가는 것이 마땅하다. 이 같은 맥락에서 공자님께서는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 즉,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 라는 말씀을 통해, 단순하게 머리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배운 바를 때때로 몸으로 체득해서 아는 바가 일상의 삶에서 그대로 실천되는 지행합일의 삶을 역설하셨다.

도와 진리 및 종교와 철학 등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는 분야뿐만 아니라 단순한 구구단 하나라도 제대로 가르치고 배우는 세상이 돼야 한다.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으려면, 자신이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아는 것은 안다고 말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아는 바를 가르친다면 그가 바로 참 스승에 다름 아닐 것이다. 구구단밖에 모르는 사람의 경우에도 `구구 팔십일'까지만 가르친다면, 그가 바로 구구단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스승으로서 부족할 것은 전혀 없다.

다만 자신이 구구단밖에 모른다는 사실도 모르는 채, 자신이 모르고 있는 `일차방정식과 이차방정 및 미적분을 부정하면서, 구구단만이 수학의 전부라고 주장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잘 알아서, 아는 것은 안다고 말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참 스승들로 넘쳐나는 세상은 요원하기만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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