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바꾼다고 달라질까
이름 바꾼다고 달라질까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0.07.15 1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사람 팔자는 이름따라 간다고 했다. 가수 팔자는 부른 노래 제목 따라가고, 후손 팔자는 조상 묫자리가 좌우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름과 노래제목, 묫자리 따라 운이 트이고 팔자가 달라진다면 세상에 팔자 나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월은 변했다. 인공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타 주는 세상에 살면서 여전히 우리는 이름 탓, 노래 탓, 자리 탓을 한다.

충북도교육청은 직업계고 학생의 취업 활성화와 설립 취지를 살려야 한다며 교명을 바꾸고 학과 변경에 나섰다.

영동인터넷고는 올해 3월1일부터 교명을 영동미래고로 변경했다. 2001년 영동상업고에서 영동인터넷고로 교명을 변경한 지 19년만이다. 교명 변경 이유는 전문화된 특성화 교육을 바탕으로 미래사회에서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현도정보고도 올해 3월부터 청주IT과학고로 교명을 바꿨다. 1993년 현도상업고로 출발한 이 학교는 2000년 현도정보고로 변경했고, 20년만에 청주IT과학고라는 이름을 달았다.

충북상업정보고는 1984년 충북상업고로 출발했다. 그러나 2001년 충북정보산업고로, 이듬해인 2002년 충북인터넷고로 교명을 변경했는데 2015년 현재의 학교명으로 바꿨다. 36년을 돌고 돌았어도 개교 당시 교명에 `정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게 전부다.

최근엔 교육부 직업계고 재구조화 지원 사업에 선정된 5개 학교와 올해 도교육청에 학과개편을 신청한 3개 학교가 학과 개편을 하고 내년도 신입생을 모집한다. 명분은 미래 산업사회를 대비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청주공고의 산업에너지 설비과는 융합설비과로, 충주공고의 건설정보과는 토목시스템과로, 충북상업정보고의 e-비즈니스과는 창업경영과로, 유통경영과는 항공물류 서비스과로 각각 변경된다. 영동산업과학고의 전자기계과는 융합기계과로 개편한다.

학교명을 바꾸고 학과를 개편해도 특성화고의 취업률은 바닥을 치고 있다.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충북지역 특성화고의 취업률은 2017년 43.6%였지만 2018년 32.8%로 하락했고 2019년엔 28.2%를 나타냈다.

특성화고의 문제는 학교 이름이나 학과이름 탓이 아니다. 기술강국을 외치면서도 기술은 뒷전인 채 우리는 여전히 학벌에 목을 맨다.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 사람 노릇을 한다고 여기는 인식을 버리지 않는 한 교명 바꾸기는 지속될 것이다.

정치계라고 예외는 아니다. 국민을 생각하는 국회의원들의 눈높이가 달라지지 않는 한 언제든 당명은 바뀔 것이다.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으로 당명을 바꾼들, 통합민주당(18대), 민주통합당(19대), 더불어민주당(20대)으로 갈아탄 들, 정치인들의 모습은 변함이 없다. `국민의 눈높이'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때만 써먹는 정치인의 방패용 단어다.

대학교 3학년인 조카는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불편한 버스노선 탓에 20분 거리를 도보로 출·퇴근하며 받는 시급은 8590원. 대학등록금도 해결해야 하고, 책값도 벌어야 하는 조카는 개명을 해야 팔자가 달라질까.

특성화고 졸업 예정자들이 일자리가 없어 애를 태우는 것은 교명 탓인지, 국민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는 것은 당명을 탓해야 하나.

기술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특성화고는 샤넬, 프라다로 교명을 바꿔도 달라지지 않는다. 정치인은 특권의식을 버려야 국민의 삶이 달라질 것이다. 쉬운방법을 두고 왜 이름 탓을 하는 지 알수 없는 노릇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