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스미드슨, 대자연위의 드로잉 “나선형 둑(Sprial Jetty)”
로버트스미드슨, 대자연위의 드로잉 “나선형 둑(Sprial Jetty)”
  • 이상애 미술학박사
  • 승인 2020.07.1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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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상애 미술학박사
이상애 미술학박사

 

20세기 현대사에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기를 거치고 있었던 1960년대 미국의 예술계에서는 추상표현주의의 지나친 자아표현주의에 반대하고 등장한 미니멀아트의 과도한 형식주의에 염증을 느끼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에 미술가들은 현대사회의 예술적 문화적 가치를 거부하고 문명에 의해 묻혀버린 미술의 특징을 자연을 통해 재발견하기 시작한다. 예술가들은 수세기에 걸쳐 예술의 본질적인 요소로 간주되어 온 예술가의 손길 혹은 뚜렷한 제작과정이 작품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니멀아트를 반대하며 일시성·가변성·우연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게 된다. 여기서 과정미술이 등장하게 되고 이는 다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성·변화·소멸하는 자연의 순환 법칙에 조화하는 대지미술로 발전해간다.

특히 대지미술의 선구자인 스미드슨은 갤러리나 미술관 같은 제도적 기관을 일종의 `문화적 감옥'이라 칭하고 그 제도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있는 그대로의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는 아무도 소유할 수 없는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것, 재료와 장소, 시간이라는 비물질적인 개념을 표현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예술 형태와 대상을 찾아내기 위해 광활한 대지로 눈을 돌린다.

스미드슨은 스톤헨지나 돌무덤, 퇴적지, 폐광, 사막, 오염된 강 등을 찾아다니면서, 그러한 현장에서 아스팔트라, 진흙, 혹은 끈끈한 용액을 경사면을 따라 흘리거나 퍼부어서 재료에 따른 특성과 속도를 살펴보기도 한다. 그의 대지미술작품 `나선형 둑'은 그레이트솔트레이크를 캔버스 삼아 대자연 위에 나선형으로 드로잉한 작품으로서 현무암, 석회암, 흙 등으로 수면 위까지 성토작업을 한 총길이 475m, 폭 4.6m의 나선형 방파제를 시공하여 인간이 직접 작품 위에서 걸어다니며 감상할 수 있게 하였다. 스미드슨은 이 호수의 물이 정열과 생명의 원초적인 상징성이 풍부한 적포도주 빛을 띠고 있기 때문에 선정하였다고 한다. 방파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흙과 돌에는 바다 생물이 깃드는 자연의 포용력과 위대성을 보여주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풍화와 침식으로 인해 둑이 점점 해체되어가는 모습도 보인다. 이처럼 생성·변화·소멸하는 자연의 순환 법칙 또한 대지미술의 일부분인 것이다.

스미드슨은 이 작품을 통해 자연의 생성과 붕괴, 인간의 제작할동과 파괴 등 모든 우주 만물의 과정을 엔트로피-소멸이라는 개념과 결부시켜 과거와 미래, 새로운 것과 낡은 것을 현재시제라는 일시적임, 무상함으로 귀착시켰던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스미드슨은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든 이 거대한 구조물인 인간의 성취도 결국 자연의 힘, 순환의 힘을 이겨낼 수 없다는 사실과 자연 안에 담긴 신비를 예술 행위를 통해 새롭게 조명해보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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