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만원이 세상을 바꾼다
당신의 만원이 세상을 바꾼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07.13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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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코로나19가 우리 사회를 급변시키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이는 없을 것이다. 감염 바이러스로 인해 국제 간 이동거리가 좁혀지고, 비대면 사회가 가속화 되면서 일각에선 국수주의가 부활하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 사례는 국가 간 장벽이 무역이 아니라 거주의 문제와도 직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새로운 세상을 당겨오고 있다. 우리가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증강 현실이나 무균실 하우스, 홀로그램을 통한 소통 등이 코로나19로 더 가까워지고 있음이다. 앞으로 어떤 사회변화 과정이 전개될지 추측에 불과할지도 모를 만큼, 우리가 아는 일상은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를 들춰내는 계기가 됐다. 노인과 아이, 저소득층이 그렇고, 전업 예술인들이 그렇고, 프리랜서들이 경제적 타격을 받으며 새로운 복지구조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복지 요구에서 비켜나 있지만 시민단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관에서 운영비를 지원받는 NPO를 제외하면 회원들의 후원으로 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대부분의 시민단체(NGO)들은 코로나19로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 서민들의 호주머니가 빠듯할수록 가장 먼저 후원금을 중단하다 보니 단체 운영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충북지역 중 특히 청주는 어느 지자체보다도 NGO 활동이 왕성하다. 그만큼 시민의식이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시민단체라고 하면 무조건 반대만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일반인들에게 시민단체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직접 몸담아 활동하기는 꺼리는 이유다.

다양한 이견이 있겠지만, 시민단체는 우리 사회에서 방부제 역할을 한다. 누구 한 사람이 목소리내기 어려운 걸 단체의 힘을 빌려 내기도 하고, 부당한 일에 나서주기도 하면서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게 한다.

정치권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고, 공공성에 반 할 때 반대 뜻도 표명하면서 정책의 방향도 제시한다. 환경을 지키고, 정책을 비판하고, 지역의 이슈를 정책화하는 등 개개인이 직접 나설 수 없는 일을 해주는 곳이 시민단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단체들이 운영난을 겪으면서 회원모집에 나서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활동가들의 열악한 급여도 충당하기 어려운데,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회원들의 회비로만 운영되는 단체들은 대안을 찾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6년 전쯤 취재차 독일의 시민단체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환경단체를 방문해 독일의 시민단체 운영과 회원모집에 대해 질의했다.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겪는 운영난을 독일에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환경단체 대표가 정부의 용역과 회원 회비로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답해 적잖이 놀랐다. 한국에서는 정부의 예산을 시민단체가 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컸던 터였다. 이는 지금도 비슷하다. 정부의 정책을 비판해야 할 시민단체가 정부 돈을 받으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시각은 여전하다.

하지만, 독일 환경단체 대표는 정당한 용역이 필요하다고 했다. 모니터링에 철저함을 기하는 시민단체가 오히려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고, 단체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시민단체로의 기능도 훼손되지 않도록 비판기능을 살린다고 했다. 합리적인 사회구조를 가진 유럽에서는 시민단체의 역할과 기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이를 시민인식으로 극복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시민단체의 활동 변화도 필요하다. 용역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정책이 현장에서 잘 집행되는지 모니터하고, 깨끗하고 투명한 사회가 될 수 있는 키가 되면 된다. 변화를 모색하고 앞으로 나아갈 때 `당신의 만원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긍정의 믿음을 시민들에게 심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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