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해결사 깜냥
고양이 해결사 깜냥
  • 민은숙 청주동주초 사서교사
  • 승인 2020.07.13 20: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동주초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동주초 사서교사

 

아파트 경비원 사망사건에 대한 뉴스 보도를 보고 마음이 아프다. `앞으로 아파트 경비원에게 갑질을 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 고용을 승계하는 아파트에는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등 다양한 방안이 추진된다고 한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처럼 청소하는 분과 주먹을 살짝 부딪치며 힙하게 인사하는 때가 오려면 얼마나 더 걸릴까 싶다.

이번에 구입한 책 중 가장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 있던 책이 이 `고양이 해결사 깜냥(홍민정 글·김재희 그림·창비)'이었다.

비가 세차게 오던 어느 날, 경비실에 깜냥이 문을 두들기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깜냥은 두 발로 서서, 점잖게 뒷짐을 지고 할아버지에게 경비실에서 재워 달라고 한다.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기 싫었던 할아버지는 처음에 거절하려고 했다. 그러나 깜냥은 하룻밤이면 된다고 할아버지의 간이침대에 폴짝 올라간다. 저녁으로 라면을 끓여 먹으려던 할아버지의 밥도 `괜찮다면 조금만 맛볼 수 있을까요? 원래 아무거나 안 먹는데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요.'라며 넉살 좋게 먹는다. 그렇게 하룻밤을 지난 깜냥이는 장난전화를 건 201호, 내일 오디션을 봐야 하는 602호, 택배기사 아저씨 등… 여러 이웃 간의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간다.

무시무시한 친화력을 발휘하며 이야기가 끝날 때는 아파트 고양이 경비원이 되어 있다.

이 책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잘 봐야 한다. `고양이 경비원 깜냥입니다'로 끝나서 다음 책도 아파트에서 이런저런 사연을 접하는 걸로 이야기가 전개되나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 삽화에서 깜냥이 경비복을 잘 접어두고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남긴 채 다시 가방을 들고 `또 만나자'라는 인사를 하며 끝난다. 뭐야, 이게 뭐야. 어딜 가는 거냐. 싶다. 다음 책은 과연 어찌 되려는지. 여하간 1권 붙은 것도 확인했고 `또 만나자'로 끝났으니 2권은 나오겠지. 언제쯤 이려나. 작가님에게 감상을 빙자한 다음 권 독촉을 하면 좀 더 빨리 나오려나 싶다.

창비 좋은 어린이 책 원고 공모 대상 작품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런데 글도 좋았지만 그림도 정말 잘 어울린다. 13쪽의 `맛만 볼게요.'라던가 39쪽의 `한번 해 봐'그림은 너무 귀엽고 글이랑 딱이다 싶었다. 간혹 그림 작가 선생님이 바뀌는 책들도 있지만, 이 책은 절대 그러면 안 될 거 같다. 상 받은 작품이니 굳이 홍보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홍보용으로 이 그림 이모티콘 출시하면 참 좋을 거 같다. 출판사는 이모티콘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 싶다.

깜냥. `스스로 일을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이라는 뜻의 우리말이기도 하다. 검정 고양이를 귀엽게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정말 딱인 이름을 잘 지었다 싶다.

즐겁게 다음 권을 기다려 보련다. 비 오는 저녁에 다시 한 번 찬찬히 다시 읽어보련다. 왠지 도서관 문을 열면 깜냥이 서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음에는 깜냥이 어디서 나타날지도 즐겁게 기다릴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