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된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
  •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20.07.1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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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지난해 레바논에서 수입한 영화 `가버나움'을 보았다. 출생신고도 되어 있지 않은 12살 주인공이 오랜 고난 끝에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발하고 싶다.'라고 하는데, 사회적 불의와 부모의 역할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하게 했던 기억이 난다.

지난달 천안에서 계모가 9살 의붓아들을 혼낸다는 목적으로 가방에 넣고는 외출도 하고 위에 올라가 방방 뛰고 아이가 숨쉬기 힘들다고 하니 헤어드라이어 더운 바람을 더 쐬게 하는 등 악질의 고문을 자행하여 숨지게 하는 일이 드러났다. 또한, 경남 창녕에서는 계부와 친모의 학대에 못 이겨 베란다를 통하여 이웃집으로 넘어가 간신히 탈출한 9살 어린이가 간신히 구조된 사례가 나왔다. 이들은 아이의 목에 쇠줄을 걸기도 하고, 손을 프라이팬에 지지고, 쇠 파이프로 온몸을 때리고, 욕조에 넣고는 얼음을 집어넣는 등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악행을 저지르고서는 태연히 아동수당을 타간 것으로 뉴스에서 보도가 된 바 있다. 이 아이가 탈출할 용기를 가진 것은 위탁가정에 보내졌을 때 받은 따뜻함 때문이라고 한다.

낳았다고 모두가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의든 타의든 부모 노릇을 못 하는 경우도 있고 안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을 함께하는 후배가 몇 달 전 아기를 입양하였다기에 아기를 보러 다녀왔다. 자기 자식이나 함께 사는 배우자의 자녀도 학대하고 살인을 하는 자가 있는 반면에 생물학적 부모가 친권을 포기한 아기를 기꺼이 자식으로 받아들여 조건 없이 키워주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

인간은 태어나서 성인이 되기까지 많은 보살핌이 필요하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애완동물을 입양하여 정을 쏟는 경우는 많지만, 사람을 입양하여 키우기는 주저한다. 그만큼 오랜 기간 희생과 경제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든 만큼 그것보다 더한 보시(普施)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업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컴퓨터가 발달하여도 어차피 컴퓨터를 개발하고 동작시키는 것은 결국 인간이지 않은가? 그래서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 않는가?

학교에서 아무리 노력을 해도 가정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교육은 한계에 부딪힌다. 그래서 학교에서 학부모 교육을 개최하지만, 정작 교육이 필요한 분들은 먹고살기 어렵다는 이유로 참석도 하지 않고,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은 대로 자식에게 대물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부모교육이 의무적으로 부과되어야 할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나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 자의든 타의든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체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다. 생물학적 부모가 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정성과 마음을 다해 키워주는 부모야말로 진짜 부모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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