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례' 안받고 양심적 병역거부?…대법 "진실인지 의문"
'침례' 안받고 양심적 병역거부?…대법 "진실인지 의문"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0.07.0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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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의 증인신도, 병역거부 혐의 기소
'유죄' 이후 파기환송…'무죄' 받아 재상고

대법 "침례 안받은 이유 설명 안해 의심"



입교 의식을 치르지 않은 채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 대해 대법원이 "진실된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교적 사유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로 본 이후 처음 나온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9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재상고심에서 무죄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5년 경남지방병무청장 명의의 입영통지서를 수령했는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A씨는 종교적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 없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결국 A씨는 대법원 판단까지 받게 됐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2018년 양심적 병역거부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함에 따라, 법원은 A씨의 사건을 다시 심리하기에 이르렀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A씨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침례(입교 의식)를 받지는 않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종교를 신봉해왔다는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A씨는 아직 정식으로 침례를 받지 않았으나 신도인 어머니 영향 하에 어렸을 때부터 종교를 신봉했다"라며 "정기적으로 집회에 참석하고 관련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고 말했다.



또 "입영 거부에 따른 여러 불이익이 있음에도 기소돼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면서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폭력적 성향을 보였던 자료도 찾아볼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재상고심을 맡은 대법원은 침례를 받지 않은 A씨의 주장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 파기환송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모든 종교는 고유한 의식을 가지기 마련이고, 이런 의식은 다른 종교들과 구분하는 기준이 되거나 독자적인 정체성을 형성하는 요소 중 하나"라며 "A씨는 모태신앙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고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는 중요한 의식인 침례를 병역거부 당시는 물론이고 변론 종결까지도 맞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침례를 받았는지 여부가 양심이 그의 내면에 실재하는지를 좌우하는 유일한 사항은 아니다"면서도 "A씨가 밝히는 양심과 불가분적으로 연계된 종교적 신념이 얼만큼 A씨에게 내면화·공고화됐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단초로 삼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씨는 침례를 아직까지 받지 않은 경위와 이유는 물론이고 향후 계획에 대해도 구체적으로 밝히거나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한 바 없다"며 "병역거부에 이르게 된 원인으로 주장하는 양심이 과연 깊고 확고하며 진실된 것인지 실제로도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파기환송심은 A씨에게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제시하도록 한 다음 추가로 심리·판단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재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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