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학교생활기록부 ‘블라인드 처리’ 긍·부정 교차
고3 학교생활기록부 ‘블라인드 처리’ 긍·부정 교차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0.07.0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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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내용 확인해 학교 유추”… 충북도교육청 공문 발송
코로나19로 학교 업무 과부하 불가피… 실효성 의문
지역 학교 입장 객관적 평가… 학생들 경쟁력 도움 기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도 진학지도 준비와 시험 준비로 눈코 뜰 새 없는 고등학교에 학교생활기록부 `블라인드 처리'라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충북도교육청은 이달 초 도내 고교에 생기부의 기재 내용을 확인해 학교를 유추할 수 있는 고유명사를 모두 블라인드 처리하라는 지침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말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올해부터 대학에 보내는 생기부에서 학교 정보를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을 블라인드 처리하기로 하면서다.

교육 당국이 사실상의 고교 서열화를 인정하면서 대입 전형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안의 하나로 포함한 부분이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에 따라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면서 진학지도까지 책임져야 하는 고3 교사들은 이 상황이 버거울 수밖에 없다.

대입을 앞둔 모든 3학년 학생의 생기부를 1~2학년 기록까지 일일이 확인해 수작업으로 수정해야 하는 데다가 결재와 심의 과정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학교별로 상황은 다를 수 있지만 기말고사 출제 준비와 수능 원서접수, 수시 원서 접수, 진학 상담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 `블라인드 처리' 업무까지 얹힌 셈이다.

생기부의 정정 기한은 수시 생기부 작성 마감일인 9월16일까지이지만 도내 일부 고교에서는 아직 계획을 마련하지 못해 시작조차 못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효성도 의문인 `블라인드 처리'가 학교 현장의 업무 과부하만 부추기는 꼴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대입 상담을 담당하는 평준화고의 백일균(51) 교사는 “블라인드 처리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 어디까지 수정을 해야 하는지 관련 부서에서 계획을 세우고 있어 아직 수정을 시작하지 못한 단계”라며 “8월 기말고사 출제와 수시 상담, 수능 원서 접수 준비 등을 앞두고 수정해야 할 분량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블라인드 처리는 기존 입시에서 소위 자사고나 특목고 등 입시명문이 유리했다는 고교서열화를 인정하는 꼴인데 실효성은 의문”이라며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그리 공정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반대로 이미 학교 자체적으로 생기부에 블라인드 기재를 해 왔던 곳은 큰 부담 없이 학사업무를 진행하며 학생들의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충북 지역 비평준화고의 이용현(42) 교사는 “이전부터 학교 내에서 생기부에 블라인드 처리를 해 와서 3학년 학생 200명 중 3명만 수정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지역의 학교 입장에서는 객관적인 블라인드 평가로 이전보다는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대로 중·하위권 대학에 지원하는 지역 학생들은 블라인드 처리로 기존보다 상대적인 불리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금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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