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진화하는' 대포통장 모집 수법
`날로 진화하는' 대포통장 모집 수법
  • 조준영 기자
  • 승인 2020.07.08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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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서 개설·판매 일당 덜미 … 개당 30만~50만원 거래
유령회사 설립·인터넷 광고·구직 미끼 가로채기 등 다양
첨부용. /그림=뉴시스
첨부용. /그림=뉴시스

 

사기나 돈세탁에 악용되는 이른바 `대포통장' 모집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신규 계좌 개설 절차가 까다로워짐에 따라 모집·유통책은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 대포통장을 끌어모으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청주에선 대포통장을 직접 개설해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지난 5월까지 법인 명의 계좌와 현금카드 18개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겼다가 덜미를 잡혔다. 계좌는 1개당 30만~50만원에 거래됐다.

이들이 대포통장을 만들어 판매한 과정을 보면 과거 수법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띈다. 유령회사를 세운 뒤 사업자 등록증, 등기부 등본, 인감 증명서를 은행에 제출해 법인 계좌를 만들었다. 회사 명의자는 인터넷 광고로 모집했다. 개인보다는 법인 명의 계좌 개설이 쉽다는 점을 교묘하게 파고든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온라인상에 떠도는 계좌번호를 대포통장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수법을 살펴보면 보이스피싱 조직이 인터넷 상거래를 목적으로 공개된 계좌번호와 연락처를 수집한다.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

S)에서 영업 활동을 하는 자영업자가 많은 만큼 수집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게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이후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에게 수집한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입금을 유도한다. 돈이 들어온 사실을 확인하면 계좌 주인에게 은행원을 가장해 전화를 걸어 “잘못 입금됐다(착오 송금)”며 특정계좌로 재이체를 요구한다. 흔하게 널린 계좌번호를 범죄에 이용하는 악질 수법이다.

구직을 미끼로 통장만 가로채는 수법도 있다. 허위 채용 공고를 올려 찾아온 구직자에게 절차상 필요조건으로 통장과 현금카드를 요구하는 식이다.

이 밖에 단기 고수익을 내세워 통장을 빌리는 수법도 만연하다.

문제는 계좌 무단도용이 아닌 사기수법에 휘말려 통장을 건넸을 경우 피해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대포통장 명의인으로 등록되면 소유 계좌는 지급 정지된다. 전자금융거래(인터넷·모바일뱅킹)도 제한된다. 대포통장 명의인은 등록일로부터 1년간 신규 통장 개설에 제한을 받는다.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전자금융법상 대가를 받고 통장을 빌려주거나 대여해주는 행위는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오는 8월 20일부터는 법 개정으로 징역 5년, 벌금 3000만원으로 처벌 기준이 올라간다.

범죄 인식 정도에 따라 사기죄 또는 사기방조죄와 같은 추가적인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통장 등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면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다”며 “주의를 기울여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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