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교장 3인방 `재능기부'로 뭉쳤다
퇴직 교장 3인방 `재능기부'로 뭉쳤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0.07.0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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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호 수정·채희봉 도안·송문규 삼보초 전 교장
청주 봉황송 온마을 돌봄공동체서 교육봉사 활동
“아이들이 씨앗 뿌리고 돌보고 품도록 돕고 싶다”
(왼쪽부터) 송문규 전 삼보초 교장, 조철호 전 수정초 교장, 채희봉 전 도안초 교장.
(왼쪽부터) 송문규 전 삼보초 교장, 조철호 전 수정초 교장, 채희봉 전 도안초 교장.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살았던 조철호 전 수정초 교장(73), 채희봉 전 도안초 교장(69), 송문규 전 삼보초 교장(68)은 정년퇴직 후 인생 2막을 지역 아이들을 품는 교육봉사자로 나섰다.

교육경력만 보면 조 전 교장은 45년, 채 전 교장은 40년, 송 전 교장은 41년. 이들 3명의 교육경력을 합치면 126년에 이른다. 평생을 아이들 소리를 듣고 생활했던 이들은 은퇴 후에도 아이들과 생활하고 있다.

청주교육대학교 선·후배(조 전 교장 6회·채 전 교장 10회·송 전 교장 11회)이자 청주시 봉명2동 주민이기도 한 이들은 현재 청주교육지원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행복교육지구 민간공모사업 단체인 청주 봉황송 온마을 공동체(청주시 흥덕구 직지대로 581번길)에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송문규 전 교장은 지난해부터 봉황송 온마을 공동체 대표를 맡고 있다. 배움터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은 청주 한사랑 교회의 교육관이다. 이곳은 교회 부설 어린이집으로 운영됐지만 폐원하면서 교회 측에서 배움터로 무료 제공하여 동네 아이들의 공간으로 둥지를 텄다.

현재 25명의 초등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는 배움터에는 지역 주민이 기부한 컴퓨터, 책걸상, 도서, 선풍기 등 다양한 물품이 구비돼 있다.

돌봄공동체 대표인 송 전 교장은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야외 공간을 활용해 수박, 방울토마토, 벼, 부레옥잠, 옥수수 등 수십 종의 식물과 농작물을 키우고 있다.

송문규 전 교장은 “한 아이가 바르게 커야 한 나라가 이뤄지고 한 아이가 잘못 성장하면 그 피해는 모든 사회에 돌아간다”며 “아이들이 배움터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대우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애정과 관심으로 품고 있다”고 말했다.

조철호 전 교장은 지난해부터 공동체에서 매주 월요일 영어를 지도하고 있다. 영어, 일어, 중국어에 이어 독학으로 베트남어까지 섭렵한 조 전 교장은 아이들이 필요로 한다면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기부하려 애쓴다.

45년 전 초임 시절 느꼈던 열정을 공동체 교사로 활동하면서 발휘하고 있다는 조 전 교장은 아이들의 눈높이와 수준에 맞는 맞춤형 수업 준비를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조 전 교장은 “교육의 질이나 내용을 떠나 새로운 씨앗을 뿌리고 자랄 수 있도록 돌봐주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공동체에서 사랑받은 아이들이 학교생활도 만족스러워 하고 삶이 행복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채희봉 전 교장은 40년 경력의 서예가다. 충북미술 대전 초대작가이면서 국전 입선의 화려한 경력을 뒤로 한 채 채 전 교장은 퇴직 후 공동체 교육봉사자로 올해 초 합류했다. 공동체에서 매주 화요일 서예를 지도하고 있다.

채 전 교장은 “복잡하고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는 데 붓을 잡는 것만큼 좋은 교육은 없다”며 “아이들이 여가시간을 잘못 보내면 나쁜 길로 빠질 수도 있는데 공동체에서 밝고 바르게 생활할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들 3명의 교장은 공동체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제자가 아니라 손자 같다고 말한다. 현직을 떠났지만 아이들을 바라보는 애정어린 눈빛이 빛나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김금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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