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감투싸움에 신물난다
지방의회 감투싸움에 신물난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0.07.07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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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취재팀)
석재동 부장(취재팀)

 

미래통합당 충주시의원들이 7일 의회에서 삭발을 했다. 전체 19명의 의원 중 12명으로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의장과 부의장은 물론 상임위원장까지 모두 독식하려 한다는 게 통합당 의원들이 삭발까지 하면서 반발한 이유다.

충북도의회에서도 이날 상임위원장 선출과정에서 내정했던 의원 2명을 찬반투표에서 불신임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괴산군의회 역시 후반기 의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다. 전반기 의장을 역임한 신동운 의장이 민주당 동료의원들이 의원총회를 열어 이양재 의원을 후반기 의장으로 합의 추대한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통합당과 무소속 의원들의 지지를 업고 연임에 성공했다. 신 의장은 의장선거 직후 탈당계를 냈다.

합의와 포용의 리더십으로 의회를 이끌어야 할 의장이 먼저 신의를 저버린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밖으로 드러내는 정당도 헌신짝처럼 버려버렸다.

“보다 더 성숙한 의회를 만들고, 군민과 소통하는 의회, 현장의회, 감성의회로 운영하겠다”라는 신 의장의 당선인사가 전혀 가슴속에 와닿지 않는다.

민주당 충북도당 윤리심판원원은 지난 6일 신 의장에 대해 `탈당일로부터 5년간 복당 불허'라는 최고수위의 중징계를 내렸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돼 버리고 말았다.

이처럼 도내 기초의회가 후반기를 시작하면서 `감투싸움'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의회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입으로만 소통과 협치를 외칠 뿐 다수당 힘의 논리로 의회를 장악하려는 지금의 지방의회 모습은 국회 판박이다.

지방의회를 바라보는 주민들은 감투싸움, 사익 챙기기, 겸직 논란, 관광성 해외연수 등 지방의회의 반복되는 병폐에 이제 신물을 내고 있다. 지방의회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산 교육장이라고 한다. 주민 의사를 가까이에서 반영하고, 이를 주민이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그 중 우리 지방자치 제도에서 가장 기본은 기초의회다. 현실 정치가 시작되는 첫 공간이기지만, 주민들의 눈높이에는 한참 모자른게 사실이다.

다수결 원칙에 따라 다수당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직을 독식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는 주민을 대신해 집행부를 견제하라는 지방자치의 본래 취지와는 맞지 않다. 다수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같은 당 소속 자치단체장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겠느냐는 반문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견제를 위한 최소한의 힘의 균형이 필요하다.

지금 국민들은 사상 유래없는 코로나19라는 괴물과 싸우고 있다. 심신이 지칠대로 지쳐있는 주민들에게 진영 논리나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운 감투싸움은 보여서는 안될 모습이다.

원 구성에서부터 잡음이 나오면서 후반기 의정활동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져 사사건건 대립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제 앞가림도 못하는 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한다는 건 어불성설이고, 비웃음거리만 될 뿐이다.

대인배와 소인배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때 판가름 난다. 대인배는 대의와 명분을 따르는 반면 소인배는 이익을 따른다. 논란의 중심에 선 정당과 의원은 스스로의 행동을 뒤돌아보길 바란다. 대인배의 선택이었는지 소인배의 처신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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