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동행세일 멀고 먼 지방과 중앙의 거리
대한민국동행세일 멀고 먼 지방과 중앙의 거리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0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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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7일 월요일 치 지방신문에 일제히 실린 두 장의 사진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한 장은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인 이시종 충북도지사의 모습이고 다른 한 장은 한범덕 청주시장, 즉 기초자치단체장의 활동이 담긴 장면이다. 두 장의 사진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청주시도시재생허브센터 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동행세일'행사장을 찾은 두 단체장의 모습을 담았다.

충청북도 광역자치단체장은 정장에 가까운 평상복 차림으로 `대한민국동행세일' 판매부스에서 물건을 살피고 있고, 청주시 기초단체장은 코로나19 이후 자주 등장하는 노란색 민방위복 차림이다.

감염병과 경제, 병존하기 쉽지 않은 두 가지 위험요소를 극복하기 위한 노심초사에 중앙정부와 지방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국민 절반이 모여 살고 있는 수도권과 그 나머지가 아등바등 살고 있는 지방의 위기가 다를 수 없고, 극복을 위한 슬기에 국가와 시민의 경계는 무의미하다. 병에 걸려 죽느냐, 굶어 죽느냐의 선택에 대한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자조와 탄식은 서로를 구별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대한민국동행세일' 현장에서 광역과 기초 단체장의 서로 다른 행보는 중앙-광역-기초로 이어지는 행정 피라미드 계단의 높은 차이를 섬뜩할 만큼 실감나게 한다.

코로나19의 기승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인근 도시 대전의 확진자 발생 추세가 심상치 않은 상태에서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가 주최로 이름을 올린 `대한민국동행세일'에서 청주시의 촉각은 다분히 감염병 차단 및 확산방지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청주시의 노란 민방위복은 그 위험에 대한 걱정을 상징한다. 행사의 취지에 따른 충북도의 행보 또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의지의 표현일 것으로 짐작하고 싶다. 행사를 주최한 중앙정부에서 기초와 광역자치단체의 구분에 따라 이처럼 디테일한 역할의 구분을 주문했다면 다행이지만, 대체로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동행세일'은 시장(市場)을 만드는 일이다. `작은 날갯짓 하나가 만드는 내일'이라는 그럴듯한 슬로건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진작시키고 위기를 호소하는 소상공인들에게 판로를 열어주는 `이벤트'라는 점은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겠다.

그러나 그렇게 만든 일회성 시장에 정작 지방의 실상과 처지, 나아가 지방 소비자들의 관심과 구매 욕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요인은 별로 담겨 있지 않다. 행사 준비와 진행에 지방의 이벤트 기획사들의 참여는 보장되지 않았고, 지역 화폐 `청주페이'를 이용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장치는 아예 고려조차 되지 않은 듯하다. 파는 물건도 그렇다.

`대한민국동행세일'에는 나비 그림이 많다. `나비효과'를 연상하면서 소비자의 작은 관심과 구매 의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희망과 용기의 모티프로 작용하기를 바라는 중앙정부의 간절함을 담았으리라. 그럼에도 정작 사흘간 열린 행사장에서 `나비'와 그 날갯짓은 어디로 파장을 일으켜야 하는지 방향을 잃고 말았다. 행사가 열리는 사흘 내내 청주시와 청주시민은 장소 제공 외에 이렇다 할 `동행'의 흔적을 담지 못하고 있었다.

서울시사 편찬위원회 연구원을 지낸 박은숙은 2008년 펴낸 `시장의 역사'에서 “시장은 사람들이 모여서 갖가지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으로서,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생활무대”라면서 “(시장을) 사람, 상품, 공간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사회적 산물”이라고 정의한다. 그 사회성은 국가(중앙정부)가 아닌, `농촌 내부로부터 생겨나 도시에서 발전했으며 원격지 무역으로 크게 발전(다음 백과:시장의 기원)'하는 지방의 단계적 성장과정을 통해 적용되고 발휘된다. `대한민국동행세일'은 탑 다운(Top-down) 방식이 아니라, 지방에서 설계·기획되고 지방에서 운영되며 중앙정부는 지원에 집중하는 버텀 업(Bottom-up) 방식을 채택했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시장은 경제성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소문은 시장을 통해 일파만파 퍼졌으며, 죄인들을 처형하는 장소가 시장이기도 했다. 여전히 멀고도 먼 중앙과 지방의 거리, `나비'만 바쁘게 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동행'의 진정성은 의심받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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