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 승인 2020.07.0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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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나의 귀여운 여인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 제목이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서른한 살의 저널리스트 리즈가 일상을 버리고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은 영화다. 이탈리아에서 `삶'을 사랑하는 것에 대해, 인도에서는 `나'를 사랑하는 것에 대해, 발리에서는 `타인'을 사랑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내가 못해본 것들을 흔쾌히 해내는 리즈를 보며 심하게 감정이입을 하다 생각나는 그림책이 있었다. 『미스 럼피우스』다. 그림이 섬세하고 정갈해서 내 마음까지도 오염 속에서 빠져나오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작가 바버러 쿠니는 글과 그림에 재주가 좋아 칼데콧 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 난 그녀의 얼굴을 검색해서 보고는 빠져들었다. 할머니에 가까운 얼굴인데 소녀로 보이게 착각을 일으키는 귀여운 웃음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요즘 나이가 나이인지라 아름답게 나이 드는 게 무엇인지 화두다. 저런 얼굴로 나이 들고 싶은 내 이상형의 얼굴을 하고 있는 바버러 쿠니가 멋져 보였다. `미스 럼피우스'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썼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저녁마다 손녀 앨리스를 무릎에 앉히고 머나먼 세계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면 귀여운 아이는 커서 세계를 가 볼 것이며 나이가 들면 바닷가로 돌아와 살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한 가지 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을 하라고 말씀해 주신다. 어른이 된 앨리스는 도서관에서 일하게 되고 `미스 럼피우스'라고 불린다. 미국 이민자 할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는지 열정으로 차있던 앨리스는 우연히 들른 식물원에서 열대 섬을 가야겠다고 결심하고 행동에 옮긴다. 미스 럼피우스는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모험을 시작한다. 만년설이 덮여 있는 산봉우리를 올랐고, 정글을 뚫고 사막을 횡단하기도 했다. 사자가 노는 것을 보았고 캥거루가 뛰어다닌 것도 보았다. 그리고 어디를 가든 결코 잊을 수 없는 친구들을 사귀었다. 상상만 해도 심장이 간질간질하다. 미스 럼피우스도, 영화 속 리즈도 현재의 일상을 깨부수고 떠났다. 파괴해야만 변화가 찾아온다는 영화 대사가 떠오른다. 마침내 나이 든 미스 럼피우스는 할아버지와 약속대로 바닷가에 살 집을 구했다. 그리고 그녀는 집 주위에 정원을 꾸미며 할아버지와의 마지막 약속을 생각한다.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은 무엇일까. 타인을 위해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내어 주는 일, 가진 물질로 후원하는 일, 환경보호를 위한 크고 작은 실천? 무엇이든 결국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은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과 같은 일이 될 것이다. 미스 럼피우스는 루핀 꽃씨를 온 동네와 근처 산에 뿌리고 다녔다. 그 모습은 다른 이에게 별스런 모습으로도 보였을 것이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정신 나간 늙은이라는 소릴 들었지만, 이듬해 마을 전체에 루핀 꽃이 가득 피어 사람들의 마음도 꽃으로 물들게 되었다. 할아버지와 마지막 약속까지 지키게 된 것이다. 우리는 지금 누리는 일상과 사랑이 깨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오늘 소개한 미스 럼피우스와 리즈는 과감하게 균형을 잡고 있던 일상을 깨고 밖으로 나가 더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찾아냈다. `때로는 균형을 깨는 것도 균형 있는 삶을 살아가는 과정'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지금이라도 옷을 고르듯이 생각을 골라 보자. 아직 늦지 않았다. 깨고 부수고 다시 빚어 다른 나를 일상에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미스 럼피우스처럼 세상을 아름답게 할 무언가를 생각해보는 것도 곧 다가올 여름을 즐기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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