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문체부 무능이 주범
대한체육회·문체부 무능이 주범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0.07.05 1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그제 강원도 춘천경찰서가 국내 한 체육대학의 남자 핸드볼 선수 1명을 특수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3학년인 그는 춘천의 한 수련원에서 합숙 훈련을 하다가 1·2학년 후배들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때리기만 한게 아니라 후배들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라면 국물을 퍼붓기도 했다고 한다. 조폭들 세계에서나 벌어질 일이다. 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인 최숙현 선수가 팀 내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적 사건이 없었다면 알려지지도 않았을 뉴스다. 스포츠계의 폭력이 여전히 도처에서 횡행하고 있음을 알리는 정황이다.

최 선수가 당한 폭력은 고문에 가까웠다. 신발로 뺨을 맞기 일쑤였고 식당에서 탄산음료를 주문했다가 20만원 어치의 빵을 먹으라는 강요를 받았다. 체중조절에 실패하면 사흘간 굶으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선수의 정신건강까지 돌봐야 할 팀 닥터가 폭력을 주도하고 감독은 말리기는커녕 곁에서 부추겼다고 한다. 가해자들이 술잔을 주고받으면서 가혹행위를 했다는 대목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이런 추악한 관행을 방치하면서 스포츠 강국을 자부한 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최 선수는 여러 곳에 고통을 호소하고 도움을 청했다. 대한체육회를 비롯해 스포츠인권센터, 철인3종경기협회, 팀을 운영하는 경주시청 등에 피해사실을 알렸지만 팔을 걷어붙인 단체는 없었다. 대한체육회는 “폭행을 입증할 증거를 가져오라”는 요구만 거듭하고, 경주시는 “폭행을 당했으면 고소를 하라”고 했다고 한다. 어디서도 도움을 받지 못한 그는 극단적 선택으로 가해자들에게 항의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는 주범과 숱한 공범들에 의해 죽음으로 내몰렸던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고 가해자를 체육계에서 영구 퇴출하겠다며 폭력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말을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대한체육회는 그동안 체육계에 폭력과 성폭행 등이 발생할 때마다 번번이 재발방지를 공언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가 코치에게 폭행과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샀던 지난해 초에도 머리를 숙이고 같은 약속을 반복했다. 대한체육회는 신뢰받지 못할 대책을 또 꺼내놓기 전에 국민을 밥먹듯 우롱해온 데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일말의 책임의식이 있다면 회장을 비롯한 임원 총사퇴부터 해야 한다. 대한체육회의 존재 이유를 묻는 국민들로부터 최소한의 신뢰나마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1월`실업팀 선수 인권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선수 1251명 중 26%에 달하는 326명이 신체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폭행을 당한 이유로는 38.5%가 `가해자의 기분이 좋지 않아서'라고, 24.2%가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주변의 도움을 받아 폭력을 중단시켰다고 한 선수는 단 1명 뿐이었다. 선수 4명 중 1명이 폭행을 당하고, 그들의 60% 이상은 이유도 모른 채 폭행을 당하고, 누구도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인권위가 내린 부끄러운 결론이었다.

인권위가 세금 들여 이런 조사를 한 이유는 정확한 실태를 반영한 효과적인 정책을 창출하기 위해서 일게다. 그래서 문화체육관광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권위의 이 참혹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정책을 꾸렸는 지 말이다. 문체부는 지난해 장관이 직접 나서 “반인권적 체육문화를 개선하겠다”고 호언하며 스포츠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최 선수가 여기저기 문을 두드리며 고통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동안 혁신위는 무얼 했는지도 궁금하다. 대한체육회의 무능과 독선조차 바로잡지 못한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문체부는 시민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분투하는 법무부의 자세부터 배우기 바란다. 조국, 한명숙, 유시민 말고도 하소연할 데 없어 가슴이 타들어가는 억울한 국민이 숱한 곳이 대한민국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