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용 의무화에도 “QR코드가 뭡니까”
정부 사용 의무화에도 “QR코드가 뭡니까”
  • 조준영 기자
  • 승인 2020.07.02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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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고위험시설 전자출입명부제도 시작부터 삐걱
고객은 불편함 이유 거부감·업주도 별다른 요구 안해
1종 유흥업소 개점휴업 … 신상 노출 우려 기피현상도
관계당국 홍보·계도활동 부족 … 부작용 곳곳서 나타나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높은 고위험시설 방문 시 개인 신상정보가 담긴 QR코드를 찍도록 하는 `전자출입명부'제도가 시행 초기부터 삐걱대고 있다.

홍보·계도 부족으로 전자출입명부 작성 의무 대상에 포함된 시설인 것조차 모르는가 하면 이용객은 불편함을 내세워 QR코드 사용을 꺼리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제도 시행 둘째 날인 2일 오후 찾아간 청주시내 한 뷔페식당.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때였지만, 식당엔 늦은 식사를 하려는 손님이 오갔다.

하지만 QR코드를 찍고 입장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업주도 손님에게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았다.

뷔페식당은 전자출입명부가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고위험시설 중 하나다. 손님은 QR코드를 찍지 않으면 출입이 제지되고, 위반 사업장은 벌금형과 같은 처벌을 받는다.

취재진이 전자출입명부 도입 여부를 묻자 업주는 “그게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이후 제도 시행 취지와 적용 시설을 설명하고 나서야 “들은 적은 있다. 그런데 우리 식당 업종까지 포함된 줄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시내에 있는 뷔페식당은 회사나 공사현장 인부를 상대로 월식 장사를 해 명부 작성은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 일반 손님도 카드 계산이 대부분이어서 만에 하나 코로나19가 터져도 추적이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관계당국의 홍보·계도 활동 부족에 따른 부작용이 벌써 나타난 셈이다.

전자출입명부 제도를 착실히 이행하는 시설에선 되레 손님이 QR코드 사용을 기피했다.

같은 날 방문한 한 청주 시내 코인노래방에선 출입자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손님 상당수는 QR코드 대신 업소 측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명단에 직접 신상정보를 적었다.

노래방 업주는 “업소 입장에서 전자출입명부 사용이 어렵지 않다. 반면 찾아오는 손님들은 불편함을 이유로 손으로 직접 명부를 작성하고 있다”면서 “특히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손님들은 사용법을 설명해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어 “QR코드 사용률이 낮아 수기 작성을 권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손님이 신상정보를 허위로 작성하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고위험시설에 포함된 실내 집단운동 시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진천지역 한 헬스장은 회원이 직접 체온을 체크한 뒤 이름과 연락처, 해외방문 사실 등을 손으로 직접 적게 하고 있다.

헬스장 관계자는 “QR코드를 사용할 수 있게 전자출입명부 단말기를 갖추긴 했지만,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는 회원이 상당수여서 수기 작성을 권하고 있다”며 “어차피 헬스장은 회원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허위 작성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신상노출을 우려해 QR코드 사용을 꺼리는 현상도 여전했다. 진천지역 한 1종 유흥업소는 시행 첫날인 1일 사실상 `개점휴업'해야 했다. 찾아온 손님 5팀 중에서 4팀이 QR코드 사용이나 명부 작성 권고를 받고 발길을 돌렸다.

그나마 남은 1팀은 출입 기록을 남기는 문제를 두고 오랜 시간 승강이를 벌인 뒤에야 자리했다.

업소 관계자는 “계도기간부터 쭉 지켜봐 왔는데 전자출입명부 제도는 우리 업종 특성에 전혀 맞지 않는다”며 “우리나 손님이나 울며 겨자 먹기로 지키고 있지만,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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