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전쟁, 그리고 사교육 시대
취업전쟁, 그리고 사교육 시대
  • 엄경철 기자
  • 승인 2020.07.02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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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엄경철 선임기자
엄경철 선임기자

 

교육당국이 사교육 줄이기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초·중·고 사교육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대학 진학 후에도 학생들은 사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대학마다 다르긴 하지만 학점이수 외에 영어, 한자 등에 대한 인증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졸업을 못한다. 이를 위해 대학생들은 국가 또는 단체에서 시행하는 인증시험에 응시해야 한다. 많은 대학생이 인증시험 통과를 위해 독학 내지는 사설학원에 의존한다. 사교육비가 들어간 것이다.

사교육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취업과정에서 사교육은 필수이다. 기업체는 물론 공무원시험에 이르기까지 사교육 없이는 취업준비가 안 된다고 한다.

대기업 취업준비과정은 더욱 그렇다. 대기업들의 취업단계는 1차 서류전형, 2차 필기시험, 3차 면접으로 진행된다. 대기업 취업 지망생들은 1차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자기소개서 작성부터 필기시험, 면접에 이르기까지 사교육비를 들여 지도 관리받는다.

그나마 취업과정이 단순화된 공무원시험은 필기시험을 위한 사교육 외에는 부담이 덜하다. 그래서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높은지는 몰라도 취업전쟁을 치러야 하는 대학졸업예정자, 졸업자들의 사교육 의존은 대입수능생 못지않다.

지난해 한 취업포털사이트가 발표한 구직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취업현장의 사교육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구직자 절반 이상이 `돈을 많이 쓸수록 취업 합격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투입되는 사교육비는 월평균 80~100만원이었다.

취업 난코스를 극복하기 위해 사교육을 받으면서까지 도전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입사에 성공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불행하게도 불합격 취준생들이 더 많다. 최근에는 경기침체에다 코로나19까지 겹친 탓에 신입사원 모집 규모가 크게 줄어 취업전선에 선 취준생들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여기서 대학의 역할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졸업 때까지 비싼 등록금 내고 학점이수를 했는데 대학 교육이 정작 취업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사교육까지 받아도 취업하기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라고 할 만큼 감당하기 어려워 취업을 포기하는 심정을 이해할만하다. `눈높이를 낮추면 될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오지만 그게 쉬운 일인가.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해서 가고 싶은 기업, 하고 싶은 일이라는 목표가 있는데 말이다. 설정된 목표가 있어 젊은 나이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취업 재수, 삼수를 감내한다.

그런 자녀를 뒷바라지하는 부모는 또 어떤가. 대학 졸업 때까지 비싼 학비를 책임져야 한다. 지방에서 수도권 대학에 진학할 경우 학비에 생활비까지 지원해야 한다. 여기에 휴학계를 내고 어학연수를 떠나거나 외국대학 교환학생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뒷바라지가 만만치 않다. 어려운 형편에도 자식이 하겠다고 하니 뒷바라지한 후에도 취업을 못하는 경우가 부모는 허망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이런 이웃들이 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사교육을 받아도 취업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대학의 역할이 궁금해진다. 대학은 학생 교육·지도, 연구 외에도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서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졸업생들의 취업에 대한 책무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학 정규과정을 온전히 마치고 학점을 이수해도 많은 학생이 취업이 어렵다.

대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취업했다손 치더라도 대부분 신입사원들은 회사에서 일을 다시 배운다. 결국 대학은 취업은 물론 실무적인 학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비싼 등록금을 받고 있는 대학 역할과 책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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