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 유감
종강 유감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0.07.0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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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우여곡절 한 학기가 끝났다. 2주의 개강 연기, 비대면 개강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던 2020년 1학기가 지난 금요일로 마무리되었다. 개강을 한 3월과 종강 즈음인 지금, 비대면 수업에 대한 생각, 달라졌을까?

아주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동안 온라인 수업은 관심과 기술을 가진 몇몇 교수자의 전유물이며 나와는 관계없는 딴 세계의 수업 방식이라 여겼었다. 그러나 언택트 시대, 학습자를 대면하여 만날 수 없는 교수자에게 선택지는 없었고 오직 비대면의 온라인 수업이 그 해답이었다.

마이크가 꺼져 있는 줄 모르고 영상을 찍었다가 다시 촬영할 때의 좌절감, 강의 영상 속에 다른 영상을 삽입하려고 몇 시간을 쩔쩔매던 경험, 화상 회의 시스템에 떠있는 손톱만 한 수강생을 보며 느낀 미안함. 그런 감정들을 밑거름으로 하여 영상 만들기에 대한 거부감은 줄었고, 화상 회의 시스템으로도 우리는 즐겁게 만난다. 손톱만 하게 보여도 그들의 버릇은 기억되고, 희미한 자세만으로도 누군지도 알 수 있게 우리는 익숙해졌다.

지난 6월 캐나다의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왕립은행(Royal Bank of Canada)의 매니저인 앤드류 슈럼(Andrew Schr umm)은 “수천, 수만 명의 학생이 새로운 학습 시스템을 경험한 이상, 코로나19 이전의 교과서와 강의 중심 모델로 금세 돌아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되돌아가기보다는 가상 및 증강 현실을 이용한 학습 장비 개발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이를 토대로 캐나다 교육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해외 여러 나라에 국제 캠퍼스를 신설하는 등 도약하기 위한 발판 다지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위해 대학들은 상호 협력하고, 필요하다면 구체적인 온라인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공유하는 등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물론 슈럼의 견해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강의라도 교수 한 명이 수백 명의 학생을 가르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어려우며, 학생들 역시 온라인 학습에 부정적이었다는 설문 조사 결과를 근거로 그에게 반대하는 의견 역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지난 서너 달의 경험은 우리가 코로나19 이전의 학교교육 체제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를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사실 기대가 무너졌다기보다는 기존의 기대 대신 새로운 기대를 품게 만들어 주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안드레스 오펜하이머는 그의 책 `2030 일자리 보고서'에서 어떤 일이 자동화될 확률은 노동자가 보유한 기술력, 교육 수준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고도의 스킬을 갖춘 사람은 기술 변화에 발맞춰 어떤 직업이 새로 나타나더라도 새로운 직업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일이면 자동화될 수 있다. 앞으로 살아남을 일자리는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학문적 훈련, 창의성, 독자성, 사회성, 감성 지능 등이 미래 일자리의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 예견하며 이런 사람을 길러줄 것을 교사와 교수에게 요구했다.

그의 예견이 적중할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겠으나 내심 반가웠던 것은 10가지 미래 유망 직업에 교사와 교수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교사나 교수가 하는 일은 처한 상황, 학생의 흥미와 관심, 수준, 전달하려는 교육 내용 등 다양한 변인들 사이의 최적점을 찾는 일이다. 이런 일이야말로 쉽게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지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불안감도 엄습해왔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할 때, 즉 찍어내 듯 숨이 죽은 화석 같은 사람만 길러내는 지금의 상황을 반복한다면 변화하는 시대는 우리 직업에도 유망 직종이 아닌 사멸할 직종으로 판정을 내릴지 그 누가 알겠는가? 미래, 어느새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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