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쓸이
싹쓸이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0.07.0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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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힘이란 게 그렇다.

없으면 서럽다. 눈치 주는 사람이 없어도 주눅이 든다. 목소리는 기어들어가고 어깨는 축 처진다. 반면 힘이 넘치면 아무리 눈치를 줘도 모른다. 주변 사람 시선은 안중에 없다. 내 목소리가 묻히는 것 자체를 이해 못한다.

힘의 유무로 사람이 이렇게 달라진다.

우리는 안다. 힘이 많을수록 누릴 수 있는 권한이 많은 만큼 책임도 커진다는 것을.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힘이 생기면 권한은 무한대이기를, 책임은 무한소이기를 바란다.

올해 치러진 4·15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고 그 여파는 컸다. 21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을 마무리한 결과 33년만에 18개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했다. 거대 여당이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건 1987년 12대 국회 후반기 이후 33년 만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꿰차면서 가장 걱정스런 것은 국회 내 견제와 균형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몸무게 차이가 큰 두 사람이 시소를 타면 무거운 사람에 의해 다른 한 명의 높이가 좌우된다. 가벼운 사람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내려올 수가 없다. 방법은 무거운 쪽에서 힘을 빼든가 아니면 힘 없는 사람이 몸집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싹쓸이 한 더불어민주당이 일하는 국회를 외치더니 탈이 난 모양이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1일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심사 중인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졸속심사를 넘어 무(無)심사 통과나 다름없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어 “종합질의 하루를 포함해 불과 3일 만에 35조 3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심사해 의결한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졸속으로 처리되고 있는 3회 추경안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싹쓸이와 결이 다른 `싹3'(SSAK3·싹쓰리)는 장안의 화제다.

`싹3'는 TV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측이 1주년을 기념해 유명 연예인 3명(유재석, 이효리, 비)으로 구성한 혼성 댄스 그룹 이름이다. 코로나19와 무더위에 지친 시청자들의 마음을 싹쓸이하겠다는 게 목적이다.

이들 3명은 방송사들이 주최한 대상 수상자들이다. 화려한 방송 경력과 뚜렷한 개성을 가진 이들이 의기투합한 `싹3'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연일 뜨겁다.

그룹명을 짓기 위해 `놀면 뭐하니?' 측은 지난달 초 깜짝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팬들과 소통했다. 10만명의 팬들이 보낸 아이디어 중 센스 넘치고 재미있는 `싹3(SSAK3)'가 낙점됐다.

코로나19로 힘든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며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한 더불어민주당은 며칠 사이 졸속예산 처리를 한다며 비판을 받고 있는데, 놀면 뭐하냐며 구성한 댄스그룹 싹3는 대중의 마음을 빼앗았다.

무슨 차이일까? 하고 싶은 일을 했는지, 해야 할 일을 했는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국회는 국민을 앞세웠지만 야당과 소통하지 못했고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했다. 싹3는 코로나로 지친 대중의 마음을 읽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연구보고서 `2018 한국의 직업정보'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영향력이 높은 직업 2위, 평균소득이 높은 직업 2위(1억4052만원), 초임이 높은 직업 1위(1억4052만원)를 기록했다. 역시나 좋은 분야에 이름을 올렸다.

국회의원들이 이름값을 하려면 국민이 낸 세금을 졸속으로 처리한다는 비판을 받아서는 안된다. 밥값 못하는 국회의원들이 세금을 축내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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