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tangle(젠탱글)의 마술
Zentangle(젠탱글)의 마술
  •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 승인 2020.07.0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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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우리는 어릴 적 대부분 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방바닥이나 심지어 거실 벽면에 볼펜과 색연필 낙서 그림으로 거침없이 새로운 패턴 벽지를 만들어내곤 했습니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무엇을 그릴까?'를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성인이 되면 그림 그리기에 아예 손도 못 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이유는 어떠한 대상을 사실적으로 똑같이 그려내야만 한다는 부담감에서 온 것이 아닐까요? 어릴 때 방바닥에 뭔가 그릴 때 꼭 특별한 이유가 없었던 것처럼 `그냥 손가는 대로, 생각 가는 대로 그림을 그릴 수는 없을까?'

오늘은 이런 물음에 답을 줄 멋진 미술 활동 `Zentangle(젠탱글)'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젠탱글'은 간단히 말해, Zen(선, 도구)+탱글(복잡한 선, 패턴)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검은 선들이 반복되어 나타나 일종의 패턴을 이루는 그림입니다. 특별한 개념이나 형태를 목적하지 않아도 종이와 펜만 있다면, 또는 종이를 대신할 무엇(종이컵 등)이 있다면 어디서든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고, 원한다면 자신이 만든 패턴 그림 위에 색을 입힐 수도 있답니다.

그냥 막연히 동그라미나 삼각형, 사각형 또는 나뭇잎이나 기타 어떠한 추상적 형태 등 아무거나 그려놓고 그 옆에 점점 같은 형태의 반복, 또는 다른 형태의 끄적거림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그림입니다. 정리해보면, 젠탱글은 선과 곡선으로 이루어진 패턴들의 반복 구성으로 작품을 완성 시킵니다.

따라서 소묘나 수채화처럼 작품 제작 방법이 학습적이고 완성도를 요구하는 일반 그림과 달리 Zentangle은 특별한 기법을 요구하지 않고 완성된 목적이 분명하지 않아 누구라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그려나갈 수 있는 환상적인 기법입니다. 좀 더 쉬운 예를 들면, 커피를 마시고 난 후 종이컵 표면에 낙서하듯 무심히 문자를 따라 그린다거나 예쁜 동그라미를 빼곡히 그려 넣으면 그것 또한 멋진 Zentangle 작품이 됩니다.

진천 이월중학교는 학교 전체가 Zentangle 마술에 빠져들었습니다. 미술 시간을 이용해 학교 복도유리창 전체에 학생들이 Zentangle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투명 유리창을 켄트지라 생각하고, 연필 대신 유성 컬러펜(프로 페인트 마카)으로 형형색색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그려냅니다. 부엉이를 큼지막하게 그리고자 호기를 부리던 영수 작품은 미술을 전공한 내가 보기엔 아무래도 뻥튀기 된 참새 같습니다. 아무렴 어떻습니까? 복도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숲 속 나무들을 그대로 스케치하여 빼곡하게 천연 나무숲을 표현한 채원이 작품은 정말 걸작입니다.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큰 유리창 하나를 호기롭게 자신이 홀로 채우겠다는 고집쟁이도 있고, 모둠 활동으로 작품구상 때부터 서로 다투기도 하지만, 컬러펜의 특성으로 화려하게 제작된 아이들의 유리창 Zentangle 작품들은 노트르담성당의 세계적 스테인드글라스 `장미의 창'에 뒤지지 않습니다. 언 듯 보면 암호 같기도 한 아이들 작품 Zentangle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그들의 자유로운 영혼과 고정관념에 구속되지 않은 예술적 마법에 빠져들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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