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국공', 인천국제공항 '을'들의 전쟁
'인국공', 인천국제공항 '을'들의 전쟁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20.06.3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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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인천국제공항이 취업준비생들에게 `인국공'으로 지칭된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 `인국공'이 공정사회에 대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것 또한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약속이 `인국공', 그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날카로운 시빗거리가 되고 있는 현실 역시 혼란스럽다.

거기에 `k-방역'의 성공이 어쩌면 우연이며,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번지면서 문득 우리의 앞날이 불안하다.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대응한 정부, 불편을 감수하고 국민적 합의를 실천한 물리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 개인의 인권 침해 소지가 충분한데도 기꺼이 용납해준 격리와 위험요인의 동선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 등은 선의를 바탕으로 하는 k-방역의 대표적 성공 요소로 삼을 만하다.

사회적 연대와 배려의 가치가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코로나19가 한국인에게 어쩌면 희망일 수 있겠다는 긍정의 효과를 만들었으며, 공동체적 역량에 대한 자부심과 더불어 혐오에 대한 자제와 견제에 이르면 코로나19 이후 한국은 대동세상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도 품을 만 했다.

그러나 불안정한 고용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선의가 부정되는 `인국공'사태에 이르면 그동안의 연대와 배려, 그리고 공동체 의식과 이타주의는 그저 감염병의 위기만 넘기면 된다는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하여, 여태 전능한 검찰권의 발휘가 감지되지 않고 있는 신천지와 인천 학원강사, 31번 확진자 등 사회적 비난의 대상에 대한 거침없는 욕설과 질책이 욕구 불만의 분출 대상이 되어 코로나 블루를 덮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인국공'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공정'으로 향하는 첫걸음에 불과하다. 이를 반대하는 `인국공'정규직들의 서열화된 출신 대학이거나 부모들의 직업 및 자산규모와 경제적 부담 없이 오로지 취업준비만을 위해 쌓아온 스펙은, 등록금 마련에 전전긍긍하면서 알바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그렇지 않는 비정규직에 비해 지극히 불공평하다. 이를 두고 엄청난 경쟁력과 이를 뚫기 위해 오로지 공부에만 몰두했다는 정규직의 집념을, 생존을 위해 돈을 벌어가면서 치열한 삶을 살아야 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부터 현격한 차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과 단순 비교한다는 것이 오히려 반칙이 아닌가.

국가가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는 청년실업의 단초는 전두환 정권시절의 대학 문화 개방과 졸업정원제라는 실종된 교육정책이 제공한 것으로 나는 믿는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이 열렸고, 대졸자의 양산은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이고 대졸자는 구직난에 시달리며 불평등한 경쟁은 이때부터 가속화되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은 IMF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생긴 기형적 고용시장의 왜곡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뚜렷해졌다. 신분의 차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부동산의 소유 여부에 따라 갈라졌으며, 그 차이에서 만들어진 벽의 높이가 갈수록 올라가면서 `을'끼리의 불신 역시 부피를 키우고 있다. 비정규직은 점점 늘어났으며, 이에 따른 `을'의 전쟁을 자본은 더 할 수 없는 기회로 삼았다. 불안한 일자리를 만들어 `을'끼리의 싸움을 부추기고, 시험을 유일한 공정의 기회로 포장하면서 치열한 경쟁과 높은 성과 보장으로 신분과 불평등의 벽을 갈수록 높이고 있는 것이 자본주의의 치졸한 속성이다. 코로나19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노동시간 및 최저임금 완화 등을 요구하며 고용에 대한 기업의 지배적 권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저의를 숨기지 않는 것이 기업의 탐욕이 아닌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철학은 끝까지 의미 있게 살아남아야 한다. `인국공'의 `을'끼리의 전쟁은 기업자본의 사람에 대한 고용독재를 도와줄 뿐이다.

자본은 언제나 `(정규직)을'또한 `(비정규직)을'로 만들고 싶어 한다. 사람은 모두 규정에 맞는 정상적인 상태와 같은 것(정규적)으로 이 땅에 태어났고 공정한 세상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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