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8·9급 女超 “숙직까지 서야할 판”
청주시 8·9급 女超 “숙직까지 서야할 판”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0.06.30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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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8급 55%·9급 60% 차지 … 고위직 남성 우위
힘든일도 여성 몫 … 상명하복·일방 업무지시 옛말
인사철마다 “남성공무원 보내달라” 우스갯 소리도
첨부용. 위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뉴시스
첨부용. 위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뉴시스

 

최근 청주 아트홀에서 열렸던 제46회 충청보훈대상 시상식에선 다소 의외의 장면이 목격됐다. 정장 차림의 여성 예닐곱명이 행사용 의자 20여개를 힘겹게 나르는 모습이었다. 모두 서원구청 공무원들이었다. 그동안 이렇게 힘(?)이 필요한 일은 으레 남성공무원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여성공무원들이 이런 일까지 도맡아 한다. 공직사회에 남성 공무원이 부족해진 결과다.

“민원과 직접 마주하는 일선현장에서는 남성공무원이 필요한데 그 수가 없다 보니 여성들이 힘든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이날 행사지원을 했던 여성공무원의 푸념 섞인 말이다.

최근 4~5년 새 청주시청의 여초(女超)현상이 더 뚜렷해졌다.

청주시가 9급 이상 남녀 공무원 비율을 파악한 결과 남자가 54.5%, 여자 45.5%였다.

전체적으로는 남성공무원의 숫자가 더 많았다. 하지만 그 차는 10%p로 7~8년 전(20~30%p)보다 훨씬 좁혀졌다.

직급별로는 5급(사무관)이 남성 84%, 여성 24%, 6급(주사) 63% 대 37%로 여전히 남성이 우위를 점했다.

7급도 남성 54%, 여성 46%로 차가 좁혀졌지만 역시 남성이 많았다.

하지만 8급은 여성이 55%로 남성(45%)을 추월했고 9급에선 60대 40으로 여성공무원 수가 압도적이다.

8급과 9급 등 하위직은 `여성천하'란 표현이 무색하질 않다.

주민자치센터 등 민원현장에서 남성공무원들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사부서에는 `남자 좀 보내달라'는 건의가 인사철 단골 메뉴처럼 들어온다.

공직사회의 이런 여초현상은 앞으로도 더 두터워질 전망이다.

시험을 통한 차별 없는 선발과 일·육아 병행이 가능한 점, 경력단절이 없는 점 등이 공직의 여성 쏠림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공직사회에 변화도 적지않다. 무엇보다 근무 분위기가 달라졌다.

과거 상명하복의 경직된 분위기는 사라지고 상하, 수평 간 의사소통이 원할하다.

한 간부공무원은 “상하 일방적 업무지시는 옛날 일”이라며 “특히 여성공무원들을 대할 땐 행동거지나 말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면도 있다. 물리적 힘과 추진력이 필요한 경우 여성공무원은 상대적으로 그렇질 못하다 보니 행정의 효율성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근무패턴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숙직제도가 바로 그렇다. 청주시의 경우 여성공무원은 일직을, 남성은 야간 당직(숙직)을 전담하고 있다. 현재 남자의 숙직주기는 두 달에 한 번으로 4~5년 전보다 한 달가량 짧아졌다.

반면 숫자가 늘어난 여성의 일직주기는 반년에 한 번으로 남성 숙직주기보다 3배가 길다.

공직에도 여성 숙직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이다.

최근 강원도 속초시가 여성공무원의 숙직 참여를 결정한 게 그 사례다.

민원인 측면에서는 공직의 여초현상에 대한 반응이 엇갈린다.

시민 강근원씨(60·상당구)는 “행정기관이 매우 친절해진 것 같다”면서도 “민원업무를 처리하면서 원칙과 규정에 충실하다 보니 어떤 때는 답답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철희 청주시 기획행정실장은 “공직의 여초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며 “남성과 여성 공무원의 장단점을 상호 보완해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오영근 선임기자
dalnim6767@ccti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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