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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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5.2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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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사와 도의장의 직무유기
한 덕 현 <논설실장>

충북도의회가 정우택 지사의 인사행정을 심판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18일 우여곡절 끝에 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충북도 인사의혹 해소를 위한 행정사무조사 계획서'는 말이 긴 만큼 여기에 함축된 내용 또한 만만치 않다. 때문에 도의회가 이를 관철시키기까지 숱한 논란을 수반했지만, 문제는 앞으로가 더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도의회의 행정사무조사가 당초의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유는 도의회의 무능도 아니고, 집행부의 오만도 아니다. 굳이 지적하자면 현재의 역학관계가 원만한 결론을 내기엔 이미 글렀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서로 으르렁거리면서 피차 심각한 상처만 입을지도 모른다. 지방의회가 해당 자치단체장 인사를 공식적으로 조사하기는 처음이다. 아니나 다를까, 당사자들이 원하건 원치 않건 이미 괴산군수의 음주상이나 진천군수의 곰요리 회식파문 못지 않게 큰 관심거리가 됐다.

주민들이 뽑은 자치단체장이 인사를 마음대로 행하고, 그 폐해가 크다면 당연히 의회로선 메스를 가해야 정상이다. 이는 지방의회의 당연한 권리이자 책무이다. 하지만, 충북도와 도의회는 이번 일과 관련해서 처음부터 명분을 잃었고, 그 궁극적 책임은 다름 아닌 정우택 도지사와 오장세 도의장한테 있다.

당장 도정의 최고 책임자인 두 사람이 최근 주고 받은 험한 말씨름에 많은 도민들은 실망을 넘어 일종의 좌절감마저 느꼈다. 공식적으로 보도된 것만 옮겨 본다. "(오장세 도의장이) 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사청탁을 했다"(4월 23일 정우택 지사) "도의회 전문위원 계약직 전환과정에서 집행부로부터 협박과 회유를 받았다"(5월 16일 오장세 도의장) 서로 작심하고 내뱉은 말이지만, 냉혹하게 말해서 수준 이하 발언이다. 우선 도지사와 도의장이 이 정도의 내용을 공개적으로, 그것도 기자들을 앉혀놓고 발설해야 하느냐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기분나빠도 이런 식으로 두 사람이 각을 세워야 하느냐는 점이다.

인사협의와 인사청탁은 상대가 받아 들이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진다. 가령 도지사가 도의장한테 "잘 좀 봐달라"고 얘기했을 경우, 도의장이 이를 평면적으로 받아들이면 협의가 되지만 뒤집어 접근하면 얼마든지 청탁으로 몰 수 있다. 당시 정우택 지사와 오장세 의장의 대화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모르지만 의회 사무처 직원의 인사라면 당연히 도의장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는 사안이고, 또 도의회 전문위원이 현재로선 집행부 소속인 만큼 인사권자인 도지사 역시 나름의 의사를 의장에게 얼마든지 건넬 수 있다.

굳이 이런 문제가 아니더라도 두 사람은 모든 현안에 대해 수시로 대화하고 조율하는게 정상 아닌가. 이것을 밖으로 끄집어 내 지역을 시끄럽게 했으니, 도민들의 생각은 "속좁기는 둘 다 똑같다"가 될 수밖에 없다. 서로 핏대를 올리더라도 좀 더 명분 있는 것을 건드렸으면 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다. 이번 도의회의 행정사무조사가 양쪽 수장들의 이런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도민들은 두 사람에 대해 그 위치에 걸맞는 금도와 중량감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두 가지를 생각해 냈다. 첫째는 정지사 취임 초기부터 거론됐던 '정무의 역할'에 대한 단상이다. 현 직책상 누가 일반 정무직을 수행하든 평소 충북도의 정무역할이 제대로만 이행됐다면 오늘과 같은 사태()는 결코 없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오는 25일부터 시행되는 주민소환제다. 외람된 말이지만 이런식으로 나온다면 그 첫 타깃이 되지 말라는 법이 있나. 지난 20일, TV의 유명 코미디 프로에서 충북이 웃음거리의 소재가 된 것에 지금 많은 도민들이 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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