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실착
아베의 실착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0.06.2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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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급전직하로 추락하고 있다.

2012년 12월 아베 2차 내각 출범 후 70%를 웃돌던 지지율이 3연임에 성공한 2017년 이후부터 올해 들어 내리막길로 접어들기 시작, 올해엔 30%대를 지키기도 힘든 상황이다.

아사히 신문이 지난 23일 4연임을 노리고 있는 아베 총리에 대해 여론 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발표했다. 아베 총리에겐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아베 총리의 4연임을 찬성하느냐'는 질문에서 일본 국민 10명 중 7명(69%)이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찬성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채 두 명꼴도 못되는 19%에 불과했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도 곤두박질 치고 있다. 지난달 23~24일 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29%로 내각 출범 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서 31%의 지지율로 소폭 오르긴 했으나 이미 정가에선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아베 내각의 퇴진을 점치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 언론은 아베 내각의 몰락을 여러가지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히로무 전 도쿄 고검 검사장의 마작 스캔들과 가와이 가쓰유끼 전 법상(법무부장관) 부부 구속 사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제 아베 내각의 지지율 하락을 지난 3월 코로나19에 대한 부실 대응과 미흡한 경제 분야 정책으로 꼽는 언론들이 많다.

요미우리 신문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의 경제 대책에 불만을 느낀다는 응답자가 64%로 만족한다는 응답자 27%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도쿄 신문이 최근 아베 내각의 대 한국 정책과 관련한 실책을 지적하는 칼럼을 지면에 올렸다. 지난해 7월 1일 일본이 한국 법원의 징용 배상 소송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시행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칼럼은 “일본이 한국에 대해 시행한 수출 규제 조치가 되레 일본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이어 “애초에는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업계에서 세계 최대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하이닉스 등 다른 한국의 업체들도) 반도체 생산에 지장이 생기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칼럼은 아베 정권의 실책을 다음과 같이 꼬집었다. “일본 정부 대응의 문제는 수출 규제를 시행한 배경이 징용공(징용 피해자) 소송 때문이라는 점이며, 한국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려고 한 의도를 이해할 수 있지만 경제의 `급소'를 찌르는 방식이 올바른 것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삼성전자 등 한국의 반도체 기업이 일본에 의존했던 주요 소재 부품의 국산화에 성공해 일본 수출 기업들의 매출이 추락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 반도체 주요 소재인 불화수소의 경우 지난 1~5월 일본의 대 한국 수출액은 전년도에 비해 무려 86%나 급감했다. 일본의 기업들이 아베의 실착에 원성을 보내고 있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일본을 향해 뼈 있는 말을 내던졌다. 대통령은 이날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이 대 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한 지 1년이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로 가는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습적인 일본의 조치에 흔들리지 않고 정면 돌파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일본에 의존하던 반도체, 디스플레이 주요 소재 부품 장비를 우리나라 기술력으로 국산화에 성공한 데 따른 자신감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아직도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일본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80% 이상을 차지한다. 더 긴장하고 눈을 부릅떠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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