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G7에 한국 참여 반대한다"…계속되는 뒤통수 때리기
日 "G7에 한국 참여 반대한다"…계속되는 뒤통수 때리기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0.06.2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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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역사 왜곡 이어 G7 참여 사사건건 딴지
日, 위상 하락 우려…北·中 외교정책 문제 삼아

아베 총리 지지율 하락 만회에 혐한 정치 시동

WTO 사무총장 선거 훼방 우려도…불신 가중



일본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확대해 한국 등을 참여시키는 미국의 구상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최근 군함도 등 23개 산업유산 시설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며 국제사회에 했던 약속을 어기고 역사 왜곡에 나선 데 이어 G7 참여 반대까지 잇따라 한국에 뒤통수를 때리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한국의 친북 및 친중 태도를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국제 사회 내 일본의 위상 하락과 한국의 영향력 확대에 따른 과거사 문제 제기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아베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와 정치 스캔들로 인한 지지율 급락을 만회하기 위해 '혐한 정치'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일 간에는 수출 규제와 강제징용 문제 등에 이어 최근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한국 내 자산 현금화 절차가 개시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있다. 여기에 G7 참여 반대는 물론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를 둘러싼 외교전으로까지 비화될 경우 한일 간에 해법 모색은커녕 불신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日, 韓 외교적 영향력 강화 견제…아베, 정치적 위기 타개 속내



28일 일본 도쿄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한국과 인도, 호주, 러시아를 포함시키자는 G7 확대 구상을 표명한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고위 관리가 미국에 한국을 참여시키는데 대한 반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이 북한과 중국에 대한 한국의 외교 정책이 G7과 다르다고 우려하며 기존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고 미국에 요구했다고 전했다. 또 일본이 한국의 G7 참여에 반대하는 것은 현재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G7에 참여하고 있다는 외교적 우위를 지킨다는 의도와 함께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의 의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상 역시 NHK 방송의 일요토론에서 G7 정상회담의 확대 구상에 대해 "G7의 틀 자체는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전체 합의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일본은 반대 이유로 한국 정부의 친북, 친중국 성향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G7 확대를 주장한 배경에는 중국 견제 전략이 포함돼 있는 만큼 한국 참여시 미국의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코로나19 대응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두각을 드러낸 데 이어 대표적인 선진국 클럽에 참여할 경우 일본의 입지가 좁아질 것을 일본이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뉴시스에 "일본은 한국을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했지만 노골적으로 아시아의 대표성을 유지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한일 양국간 문제가 미국 등 선진국과 직접 공유될 경우 일본이 상당히 불리해지고, 그간 일본이 유일하게 아시아를 대표했던 지위가 손실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역시 C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 공장'에서 "한국이 아시아 국가에서 두 번째로 G7에 들어가면 한국의 발언력이 굉장히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며 "한일 간 여러 가지 문제가 놓여 있는데 한국의 발언력이 강화돼 일본이 역사 문제나 강제징용 판결, 위안부 문제 등에서 밀리기 시작될 우려가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아베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실패, 정치 비리 등으로 약화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혐한' 정치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국이 들어가면 국제적으로 일본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것을 보여줘 아베 정권 만이 아닌 경우에 따라 자민당 집권 전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어서 일본 보수나 아베 정권이 경계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日, 韓 위상 강화에 사사건건 딴지…WTO 사무총장 선거 촉각



그간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 강화를 꾸준히 견제해 왔다. 지난 2006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선출 과정에서 안전보장이사회 15개국 가운데 일본이 막판까지 반대했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일본은 지난 2018년 남·북·미 대화 국면에서도 한국의 역할 확대에 경계감을 드러냈다.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출간한 회고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차 북미 정상회담 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믿지 말라"고 전했다며,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타결하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G7 정상회의 의장을 맡고 있으며, 다른 회원국의 반대가 없으면 원하는 나라를 의결권이 없는 옵서버 자격으로 일시 초청할 수 있다. 일본 역시 일회적으로 참석하는 데는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닌 언론 보도라는 점에서 별도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하지만 외교가 안팎에서는 일본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표출하면서 G7 확대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영국과 캐나다 역시 G7 확대 대상국으로 거론된 러시아를 향해 '국제사회 규칙과 규범을 무시하고 있다'며 참여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G7이 낡은 체제로서 현재의 국제정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G11 이나 G12 체제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G7 체제의 전환에 공감한다"며 기꺼이 응하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일본이 한국의 G7 참여에 제동을 거는 것은 물론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출마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은 지난 24일 "유 본부장은 일본의 대(對)한 수출관리 엄격화에 반발하고 있어 한일 관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며 유 본부장이 선출될 경우 대일 공세를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채 교수는 "일본의 대외 전략은 국제질서에서 일본 위상을 강화하고, 현재의 자유무역질서보다는 미중 대립구조 속에서 일본의 위상을 높이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한국이 WTO 사무총장을 내면 현재 한일관계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이 국제 무역질서를 새롭게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G7보다 훨씬 강력하게 저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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