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집단커닝' 구설 계속…이번엔 색출 기준 논란
'한국외대 집단커닝' 구설 계속…이번엔 색출 기준 논란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0.06.29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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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집단 커닝' 가담자 색출 방침
'스크립트와 3개 이상 문장 같으면 표절'

학생 "오픈북 시험…오답 적어내야 하나"

"독단적 기준…부정행위자들만 이득 봐"



한국외국어대(한국외대)가 한 교양과목의 기말고사에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집단 커닝'을 한 학생 700여명을 색출해 전원 F학점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이 과목 담당교수가 공지한 커닝 관련 표절 판단 기준이 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교수는 '3개 이상 연속되는 문장이 강의 스크립트와 동일할 경우 표절로 판단한다'고 공지했는데, 오픈북 시험으로 진행되는 이 과목의 특성상 강의 스크립트를 기반으로 답변을 작성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업 내용을 똑같이 썼다고 표절이면 시험문제에 오답을 적어서 내라는 말이냐" 등의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 과목의 담당교수는 최근 수강생들에게 기말고사 집단 커닝 행위자들을 찾아내기 위한 자체 판단 기준을 통보했다.



'학생간 표절'의 판단 기준은 '연속되는 6개 단어 이상(6개 포함)이 동일한 경우' 등이고, '강의 스크립트 표절' 기준은 '3개 이상(3개 부터) 연속되는 문장이 강의 스크립트와 동일한 경우' 등이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학생 간 표절 기준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수가 강의 스크립트 표절 기준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말고사 전 스크립트 표절 기준에 대한 공지가 따로 없었고, 오픈북 시험은 강의 스크립트 내용을 참고하며 답변을 적을 수 있는 만큼 이 기준을 따른다면 커닝에 가담하지 않은 학생들까지 억울하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일부 학생들의 주장이다.



해당 공지 이후 '스크립트를 기반으로 답안을 작성했는데 자신이 표절에 해당하는지' 등을 물어보는 학생들의 이메일이 이어지자, 담당교수는 "강의 스크립트 표절의 경우 소명서를 제출하는 등 자진신고를 하면 구제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 A씨는 "이 과목은 온라인 강의로 진행되기 때문에 보통 강의 내용이 자막으로도 함께 나온다"며 "거기서 3개 이상 문장이 겹치면 표절자이자 징계 대상자라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하면 시험을 본 모든 학생이 부정행위자로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많은 학생들이 자신도 징계 대상자가 될까봐 불안에 떨고 있다"며 "교수님 논리대로라면 아예 오답을 적어서 내야지 표절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로 인해 결국 이득을 보는 것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의 부정행위자들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목을 수강하는 다른 학생은 E-클래스 웹페이지 질의응답 게시판에 "근거없이 세운 표절 기준은 교수님 마음대로 처벌을 하겠다는 것이고, 그 명단 리스트는 교수님 입맛에 맞춘 '데스노트' 혹은 '살생부'와 같다"며, "강의에서 교수님이 하시는 말과 스크립트 내용이 같은데, 이에 교수님의 독단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그 누구도 표절 혐의를 피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이 외에도 게시판에는 "강의 내용이 스크립트와 같은데 대체 무슨 이유로 표절이라고 하는 겁니까. 시험 문제에 답이 아닌 오답을 적어야 되는 겁니까", "오픈북 시험인데 수업 내용과 똑같이 썼다고 표절이면, 다른 수업에서 강의 내용을 녹음하고 달달 외워서 시험을 보러 가는 것도 표절 행위인가" 등의 질문들이 올라왔다.



뉴시스는 이 과목 담당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앞서 지난 18일 진행된 이 과목 기말고사에서 총 수강생 2000여명 중 700여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정답을 공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학교 측은 커닝한 학생들을 확인해 모두 F학점 처리를 하고 전체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재시험을 치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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