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식수원의 확보는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 대표적인 인공시설이 우물이다, 우물은 필요한 식수를 공급해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우물은 탄생과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생명력의 근원이 되는 성스러운 공간으로 인식하였고, 물이 지닌 정화(淨化)능력은 재앙이나 잡귀를 물리치는 벽사기능을 수행하였다. 그래서 우물 주변의 공간을 신성시하였다.
우물은 `움'과 `물'로 이루어진 합성어로 움물-우믈-우물로 변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물은 인위적으로 땅을 파서 물을 확보한 시설물로, 자연적으로 생성된 샘과는 구별되며, 인공이 가해진 문화적 산물로 인식하고 있다. 우물 축조는 고대사회에 수준 높은 토목기술이 존재했음을 말해 준다. 땅속 깊숙이 수맥을 찾아 깊게 구덩을 파고 돌을 쌓아 우물을 축조하여 물을 공급받아 상수원으로 활용했다는 고고학 증거들이 취락유적 조사결과로 밝혀지고 있다. 취락유적은 인간의 실생활과 관련된 주거지, 수혈, 주혈(柱穴), 고상건물지, 공방지, 우물, 도랑, 도로 등의 개별유구들을 포함하며, 취락구성요소 중에서도 우물은 중요하다.
이러한 우물이 영동 신흥리유적에서 9기 확인됐다. 영동군 황간면 신흥리에 있는 신흥리유적은 농촌지역의 소규모학교를 통합해 학교시설을 현대화하고, 기숙사시설을 갖춘 영동기숙형중학교 설립을 계기로 2015년 발굴조사했다. 조사결과 돌방무덤 3기, 돌덧널무덤 2기, 우물 9기, 수혈유구 26기, 소성유구 1기,돌무지유구 1기, 도랑유구 2기, 주혈 142기 등 신라~고려시대 유구 186기가 찾아져 의외의 성과를 얻었다.
이들 유구 중 우물이 관심을 끈다. 사군봉 남쪽사면 평탄지에 입지한 우물 주변으로 수혈유구와 많은 주혈들이 분포한다. 우물과 수혈유구에서 통일신라~고려시대의 토기, 자기, 기와 등이 많이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이 시기에 대규모 취락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우물의 평면형태는 모두 원형이고, 깊이는 2m 이상의 대형우물 2기, 1.5~1.9m의 중형우물 2기, 1.5m 이하의 소형우물 5기이다. 너비는 88~230cm로 다양하다. 우물의 단면형태는 위가 넓고 아래로 가면서 급격히 좁아지는 형태[上廣下狹形]가 7기이고, 위·아래 너비가 거의 같은 통형(筒形)이 2기로 통형이 보다 발달된 우물형태다. 우물을 쌓은 재료는 강돌(4기), 깬돌(4기), 강돌+깬돌(1기)을 사용해 바른쌓기, 허튼쌓기, 바른쌓기+허튼쌓기의 3가지 방식으로 매우 정교하게 우물 벽을 쌓았다.
우물 안에서 출토된 유물은 접시, 굽다리 접시, 짧은목 단지, 긴목 병, 기와 등 고고유물과 복숭아, 박, 매실, 밤, 솔방울 등 식물유체, 그리고 동물뼈로 어린 소의 뼈가 출토됐다. 삼국~통일신라 우물에서 가장 많이 출토되는 식물유체는 복숭아씨이다. 복숭아는 하늘의 열매이자 신성한 과일로 여겨지며 장수, 괴력, 여성을 상징하는 과일로 다산의 의미도 있다.
도교에서 복숭아는 영혼이나 귀신을 물리치는 과일로 여겨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다. 우물에서 출토된 복숭아는 아마도 깨끗한 물에 대한 기원과 부정함을 없애기 위한 바램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같은 복숭아씨 등의 식물유체와 어린 소뼈가 출토됨은 우물에서 다양한 의례행위가 있었음을 반증하는 고고학 자료가 된다. 우물에서 나온 고고유물과 복숭아씨를 연대측정한 결과 우물은 신라말~통일신라시대에 축조되어 고려시대까지 사용되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우물은 인간이 안정적인 정착생활을 하는데 필수적인 식수공급을 원초적으로 해결해주는 인공시설물이며, 취락의 확대, 취락의 규모나 인구수를 파악하는데에도 중요한 고고학 자료로 활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