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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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0.06.28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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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옷장 문을 활짝 연다. 옷장 안에 빼곡하게 들어찬 옷을 조심스럽게 살펴보며 한숨을 내뱉는다.

`아, 입을 만한 옷이 없네'

새로운 것에 끌리는 경향을 네오필리아(neophilia)라고 하며 새로운 것을 싫어하는 것을 네오포비아(neophobia)라 한다.

데스먼드 모리스는 동물학적 인간론이란 부제가 붙은 그의 저서 `털없는 원숭이'에서 이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예술가든 과학자든 탐험행위를 할 때는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충동(네오필리아 충동)과 새로운 것을 싫어하는 충동(네오포비아 충동) 사이에 갈등이 일어난다. 새것을 좋아하는 충동은 우리를 새로운 경험으로 내몰고 우리는 새로움을 갈망한다. 새것을 싫어하는 충동은 우리를 억제하고 우리는 낯익은 것에 안주하고 싶어한다.……새것을 좋아하는 충동을 잃어버리면 우리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침체할 것이다. 새것을 싫어하는 충동을 잃어버리면 우리는 곧장 재난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이런 갈등 상태는 머리모양과 옷, 가구와 자동차의 유행이 끊임없이 바뀌는 이유를 설명해줄 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적 진보의 토대이기도 하다'.

철학자 귄터 안더스는 현대의 소비자들이 네오필리아에 사로잡혀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인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 충분히 좋은데도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찾아 소비하려는 사람이 되었다. 이러한 현대인에게 시장은 광고와 소비금융, 계획적 진부화를 무기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생산해 공급한다.

계획적 진부화는 인위적으로 제품에 결함을 삽입하고, 그 수명을 단축하고 제한해 새로운 상품을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소비를 지렛대 삼아 지탱하는 경제시스템 안에 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 사회와 경제를 뒤흔들면서 포스트 코로나, 혹은 뉴 노멀이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뉴 노멀의 모멘텀으로 강제 디지털화와 국가간 경계강화, 거리두기 문화의 고착화를 꼽고 있다.

감염 우려로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언택트 문화가 비대면 서비스 산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음식점내 키오스크 설치, 온라인 교육 시스템 활성화, 인터넷 장보기 등이 낯섦에서 익숙함으로 자리잡으며 일상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또 초국가적 형태를 띠던 세계의 움직임이 국가간 경계강화로 되돌아가고 있다.

세계화의 주요통로인 하늘길, 뱃길, 땅길이 역설적이게도 전염병 세계화의 주요 통로가 되면서 세계는 자국민 보호를 위한 폐쇄적인 형태로 회귀하고 있다.

이와함께 친밀한 대면접촉방식의 인간관계맺기가 거리두기의 고착화로 SNS 등 온라인으로 이동하며 이전과는 아주 다른 사회의 출현을 예고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온라인을 통해 비대면 생활을 한다고 해도 일을 쉴 수도 없고 몸도 아픈 사람들이 일터로 나와 우리가 먹을 음식을 만들고 물건을 팔고 택배를 한다.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돈이든 의료시스템이든 우리 모두에게 제공되는 기본자원이 없다면 우리 모두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지구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새로운 질서(뉴 노멀)의 기본원칙이다.

인류는 지구를 위해, 또 스스로를 위해 기꺼이 불편을 감수할 준비가 필요하며 전 지구적 나눔과 배려로 뉴 노멀의 꽃을 피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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