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변화
노인성 변화
  • 임현택 괴산문인협회지부장
  • 승인 2020.06.2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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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임현택 괴산문인협회지부장
임현택 괴산문인협회지부장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보고 이틀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의사소견은 `규칙적인 운동과 칼슘 섭취가 필요하며 골감소증 및 노인성 변화로 세포의 변화가 생김'으로 기록이 돼 있다. 머리와 꼬리말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노인성'이란 단어가 뇌리에 꽂혀 갈피를 잃고 만다. 보충제라도 먹을 요량으로 검진 결과를 인터넷 검색을 하니 외려 더 미묘한 감정만 앞선다. 마음은 청춘이거늘 찰나에 지나가는 삶의 순간들, 무엇인가 잃을까 낙심에 빠지고 회의감으로 수령에 빠진 듯 심란하다.

검진 결과에 이리도 심란스러운데 남들은 어땠을까. 문득 늘 웃음으로 행복바이러스를 전하는 그녀가 떠올랐다. 실바람에 꽃잎을 부여잡고 오가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지선 작가다. 화상 흉터로 일그러진 얼굴이지만 꽃처럼 늘 화사하게 웃으며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그녀의 휴먼스토리는 나를 숙연하게 만든다.

어느 날, 음주운전자가 낸 6중 추돌사고의 차량화재로 그녀는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 회생 가망이 없을뿐더러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해도 화상 때문에 사람 구실을 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수개월간의 입원과 수차례의 수술로 기이한 기적이 일어났다. 온몸의 화상 흉터 특히 우둘투둘 붉게 이지러진 얼굴과 팔에 화상의 흔적을 심하게 남긴 채 살아난 것이다.

퇴원 당시 그녀의 몸을 보았다면 흉터투성인 모습으로 세상을 살 수 있을까, 더구나 안면 화상을 입은 여자이다 보니 모두가 측은하게 여겼을 것이다. 나라면 온 집안의 거울을 모두 다 깨부수고 칩거생활을 하며 주저앉아 세상을 탓하며 두문불출 전전긍긍할 것 같다.

그녀는 달랐다. 화상의 고통보다 사람들의 시선이 더 아프게 찔러댔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몸에 뚜렷하게 남아있는 화상의 흔적을 보듬으며 외려 죽음 문턱에서 살았났으니 이제부터 새로운 인생이라며 세상을 향해 당당히 걸어 나왔다. 그것도 웃으며.

그녀가 말했다. 삶은 선물이라고. 모두가 사고로 그녀의 인생이 끝났다고 여겼건만 그녀는 웃음을 잃지 않고 희망의 메신저로 새 인생의 서막을 시작한 거다.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현실을 거부하지 않고 인정하며 웃음이 명약이라고 억지웃음을 지어본다. 사람의 마음을 소리로 나타내는 표현방식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중 으뜸이 웃음이다. 웃음은 긍정이다. 입 꼬리가 올라가고 눈가 잔주름이 자글자글 잡히면서 매력적인 하얀 치아를 훤히 드러내놓고 웃는 모습은 행복을 감염시킨다. 웃어서 입 꼬리가 올라가면 뇌는 엔도르핀 호르몬 분비가 되는데 웃음도 화도 내 몫. 표정은 애써 감추려 해도 들키고 만다. 왜 생각은 매번 앞질러 가는지 며칠 동안 오랏줄로 칭칭 동여맨 마음의 병이 병을 키우듯 생기가 없고 떼꾼한 몰골이 거울 앞에 서 있다.

어르신들은 말씀하신다. 겨울 해처럼 짧은 것이 인생이라고.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어떻게 세월을 이기겠는가. 오는 세월을 어찌 막으려고 노인성 변화로 인한 세포변화가 뭣이 그리 대단하다고 이리도 요란을 떨었는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인생은 바라보는 대로 간다. 나도 유연하게 한 발 내딛는다. 산꼭대기에 놀던 안개가 걷히면서 여름 햇살에 더 무성해지는 산자락, 오늘 유난히 푸르게 안기는 날이다. 홀가분해지고 싶다.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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