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환우들에게 큰 희망이 될 수 있는 작은 실천
어린 환우들에게 큰 희망이 될 수 있는 작은 실천
  • 곽태준 충북도장애인체육회 전문체육부 주무관
  • 승인 2020.06.2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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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곽태준 충북도장애인체육회 전문체육부 주무관
곽태준 충북도장애인체육회 전문체육부 주무관

 

`거지야? 머리카락 자를 돈도 없어?'거의 매일 듣는 말이다.

올해 마흔이 된 나는 작년 8월부터 남모르게 다짐을 했다. 머리카락을 길러서 소아암 환우들을 위해 기부를 하겠다는 다짐이다.

우연한 계기였다. 2년 전 아버지의 혹 제거 수술을 위해 신촌세브란스 병원을 가게 되었다. 아버지가 수술하는 동안 밖에 나와 있던 나는 우연히 어린이병동을 보게 되었다. 아이를 좋아하는 나는 아픈 아이들이 안타까워서 나도 모르게 이끌려 들어간 것 같다.

해맑게 웃으면서 다니는 아이들과 유모차에 앉아 엄마와 미소를 띄고 있는 천사 같은 아기들... 하지만 하나같이 손에는 링거 주삿바늘이 꽂혀 있었다. 세 아이 아빠인 나 역시 뭔지 모를 이상한 기분이 들었고 가슴 한구석이 쓰려 왔다. 아이들이 아픈 건 내가 아픈거보다 몇 배는 더 아프게 다가온다. 그때부터였다. 어린 환우들을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소아암 환자들에게 머리카락을 기부해 가발을 만들어 주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참여하겠다는 다짐을 한 것이다.

소아암은 성인과 생물학적 특성이 달라 암세포가 생긴 후 수개월이면 진행될 정도로 소아암의 진행속도는 아주 빠르다. 또 중앙부에서 발생하여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진단 시에 80%가 다른 곳에 전이된 상태로 발견하게 된다. 소아암의 치료는 항암제 치료를 기본으로 하고 수술 혹은 방사선치료를 더하여 치료 효과를 높이게 된다. 성인암은 일반적으로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하지만 소아암의 경우는 세포조직검사 후 항암치료를 통해 암 크기를 최소화한 후 수술을 해 암 덩어리를 떼어낸다.

이 때문에 어른조차 견디기 힘든 항암 치료를 이겨내는 가여운 어린 암 환우들은 머리카락이 빠지고 삭발까지 하게 되며 주위 놀림이나 시선 때문에 정신적, 정서적 충격으로 더 큰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암 환우의 가발은 일반 가발과 달리 항암치료 과정에서 면역력이 떨어져 있고 작은 상처에도 민감한 환우를 위해 압박감이 덜하고 트러블이 생기지 않게 항·멸균 처리를 한다. 그래서 일반 가발보다 2~3배 비싸 200만원에서 3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나운동'은 ◆어린 암 환자들을 위해 ◆머리카락을 ◆나눠주는 운동의 줄임말이다. 어머나운동본부에서는 파마와 염색을 하지 않은 건강한 25cm 이상의 머리카락을 기부받아 항암치료로 탈모가 심한 어린이를 위해 특수가발을 제작해 소아암 어린이에게 기부한다.

모발 기부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다. 하지만 주위 시선 때문에 남자가 한다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다. 모발 기부 경험자들은 본인의 작은 실천으로 소아암 환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사실에 기뻐한다.

나 역시 앞으로 한 두 달은 더 길러야 한다. 어려움도 많지만 내 작은 실천으로 소아암 환우들이 우울증도 떨쳐내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았으면 좋겠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발기부에 동참하여 어린 아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더 많이 잡아 주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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