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가 있기는 한 겁니까?
의지가 있기는 한 겁니까?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0.06.21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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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지난해 12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수도권에 주택 2채 이상을 보유한 고위 공직자들은 빠른 시일 내에 한 채만 남기고 모두 팔라”고 권고했다. 당시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고위직이 솔선해 뒷받침하자는 취지였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가능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경제 부총리와 장관 한둘이 호응하는 시늉만 했을 뿐, 노 실장의 결기는 바로 행방불명 됐다. 고위직 중 누구 하나 집을 팔았다는 얘기도 들리지 않았다.

실종됐던 이 메시지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서 다시 등장했다. 민주당은 다주택자를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 선언은 공천작업이 시작되자마자 변질됐다. 공천은 하되 한 채만 남기고 팔겠다는 서약을 받는다는 선으로 후퇴했다.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민주당 의원 중 43명이 다주택자로 밝혀졌다. 비례대표로 당선된 한 의원은 부동산을 다섯 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고 가족명의 도용과 세금 탈루 의혹까지 받다가 출당되기도 했다.

정부가 그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부동산 거래 규제지역을 크게 늘리고 규제지역의 전세대출과 처분·전입 의무 등을 강화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21번째로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다. 20번의 진단과 처방을 했는데도 환자의 증세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 의사는 돌팔이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게다.

결과만 놓고 보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그동안 20번의 엄포로 끝났을 뿐이다. 과열 부동산 시장이 잠시 주춤했다가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는 도돌이표의 반복이었다. 지방 재력가들까지 서울의 부동산이라면 무조건 사겠다며 묻지마 투자에 나서고 있단다. 지방에 돌아야 할 돈이 서울로 몰리니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에야말로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갭투자와 풍선효과 등을 근절할 초강력 대책을 내놨다고 호언한다. 규제지역에서 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면 6개월 이내에 입주해야 하는 등 실거주자 위주의 정책으로 고삐를 조인 의지가 감지되기는 한다. 그러나 가장 강력한 투기억제 수단인 보유세 강화대책이 보이지 않은 점은 미덥잖다. 정부는 투기성 부동산은 소유하는 그 자체로 고통이 되도록 하겠다며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도입했다. 그러나 세율이 낮아 부동산 부자들을 압박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과소유 부동산이 시장에 풀리지 않았고 가격도 잡히지 않았다. 그들은 겉으론 세금폭탄을 맞았다고 엄살을 부리지만 속으론 콧방귀만 뀐다. 종부세 부과 대상자는 큰 폭으로 늘어만 간다. 종부세가 세금폭탄이라면 벌어질 수 없는 일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맞춰 강화한 종부세법 개정안을 냈지만 처리하지 못해 폐기됐다. 통합당의 반대를 변명으로 들었지만 과연 최선을 다했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론의 지지를 받았고 관련 상임위 위원장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출마한 일부 후보들은 거꾸로 종부세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이러는 사이 통합당은 엊그제 종부세 완화법안을 발의하며 역공에 나섰다.

적지않은 국민들은 `한 채만 남기고 팔자'는 정권 내부의 결연한 목소리가 석연찮게 사그러들었던 과거의 장면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거기서 정부가 종부세에 과감하지 못한 이유를 찾는다. 대통령수석비서관 등 고위공직자 45명 중 15명이 다주택자라고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여당 의원 43명도 마찬가지다. 이들 때문에 정부가 보유세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오해부터 벗었으면 좋겠다. 최근 정부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다시 제출하겠다고 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종부세법 개정으로 투기를 잡고 과세 형평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올곧게 실천하지 않으면 오해가 확신으로 바뀐다. 유권자들은 여당 의원들이 공천받으며 했다는 서약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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