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기도
참된 기도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0.06.1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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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무조건 자신의 소원을 성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교회나 절을 찾아가 하느님과 부처님께 떼를 쓰며 매달리는 것을 기도라고 착각하는 이들을 종종 본다. 자신이 소원하는 목표가 중요할수록, 경제적 가치가 클수록 더욱더 낮은 자세를 연출하면서, 헌금이나 불전 함에 넣는 보시 액수도 덩달아 커지는 것이 그릇된 기도를 하는 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물론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기도 흉내를 내다가도, 어느 순간 마음이 고요해지면서 자신이 원하는 일이 헛된 욕망이란 사실을 깨닫고. 마음을 비우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원하는 바가 하늘의 뜻과 부합되는 일인지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심부름센터에 돈 몇 푼을 주고 일을 맡기듯이 교회나 절을 `신 부름'내지 `신 부림'센터로 여기며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한 엉터리 기도를 하는 그릇된 기복 신앙은 이제 말끔하게 청산돼야 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성경은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부인하고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짐으로써 온갖 주견을 비워내고 심령이 가난한 자로 거듭난 뒤, 하느님 뜻대로 행하는 자만이 천국에 간다.”고 역설하고 있다. 불교는 팔이 안으로 굽듯이,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벗어나 무아를 깨달음으로써, 바른 견해와 바른 생각인 정견 정사가 가능하고, 정견 정사가 전제될 때 비로소 바른말과 바른 행동을 통한 행복한 삶을 성취하고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무조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하느님이나 불보살님들께 매달리고 떼를 쓰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일이 하늘의 뜻에 부합되는지에 대한 기도 응답을 받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일이 하늘의 뜻에 부합된다는 기도 응답을 받는 것이 참된 기도의 필요조건이 돼야 한다. 그리고 기도 응답을 받았다면, 목표를 향해 일로매진할 것을 하느님과 부처님께 맹세하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을 가슴 깊이 간직한 채,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서 열정적인 삶을 살아내는 것이 참된 기도의 충분조건이 돼야 한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고 난 뒤에는, 하늘에 감사 기도를 드린 뒤, 다시 심기일전하며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기 위한 새로운 기도를 시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결국엔 매 순간 온전히 깨어서 지혜롭고 지공무사한 마음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이 어긋나지 않고 일치하는 가운데, 일상의 삶과 기도가 둘이 아닌, 지공무사하면서도 행복한 실존적 삶을 누리는 것이야말로 참된 기도의 궁극이 돼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모두가 다 함께 살기 좋은 지상낙원을 건설하기 위해선, 매 순간순간 자기 자신의 욕심과 욕망을 채우기 위한 무조건 적인 몸부림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온갖 욕심 욕망을 비워내는 참된 기도가 전제돼야 한다. 비릿한 욕심과 욕망의 악취를 그럴듯한 명분으로 희석시키면서, 자신의 정신적 만족과 물질적 이득을 위해서 하느님을 팔고 부처님을 팔고, 그도 모자라 하느님과 부처님을 공법으로 끌어들이는 헛된 기도는 이제 지구촌 전역에서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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