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무더위, 배달 운수종사자를 위협한다
때 이른 무더위, 배달 운수종사자를 위협한다
  • 김도훈 한국교통안전공단 충북본부 교수
  • 승인 2020.06.18 18: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김도훈 한국교통안전공단 충북본부 교수
김도훈 한국교통안전공단 충북본부 교수

 

6월 초순부터 한여름 같은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오토바이 배달업 종사자들의 안전이 걱정된다. 여러 언론에서는 폭염에 시달리는 배달 운수종사자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40도를 훌쩍 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오토바이 운수종사자의 말에 의하면 무더위에는 주문이 많아지고 긴팔, 긴 바지 여기에다 안전모를 착용하고 운행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다고 토로한다. 실제로 현장을 돌다 보면 이른 더위로 인해 안전모를 벗고 운행하는 경우가 많이 목격된다.

우리나라는 이륜차 안전모 착용률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올해 발표한 2019년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이륜차 승차자 안전모 착용률 전국 평균은 84.5%로 나타났으며 이는 선진국(일본, 스위스 100%)에 비해 낮은 수치다. 특히, 군 지역에서는 76.4%로 시 단위 자치구(85.2%)보다는 안전모 착용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 지역이 많은 충북에서는 더욱이 안전모 착용에 대한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대변하듯, 충북의 이륜차 교통사고는 증가세가 가파르다. 최근 5년간(2015~2019년) 이륜차 교통사고 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국 이륜차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연평균 9.9%로 증가했으나, 충북은 연평균 14%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륜차 교통사고로 인한 치사율에 있어서도 전국평균은 2.89%로 나타났으나 군 지역에서는 치사율이 7.65%로 약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륜차의 치사율이 이렇게 높은 것은 이륜차 특성상 안전띠가 없어 사고 시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자동차나 지면에 머리를 먼저 충격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륜차의 주 사망원인은 머리 상해로 나타났으며 최근 3년(2016년~2018년) 전국 이륜차 사고 총 사망자 중 41.3%를 차지한다. 이는 승용차의 머리 상해 사망자 비율 23.7%와 비교해 봤을 때 상당히 높은 수치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승차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안전모 착용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충북지역은 기존에도 안전모 착용률이 저조하며 이로 인해 이륜차 교통사고 발생 시 치사율이 높다. 여기다 더위까지 보태어 안전모 미착용으로 인한 중대사고가 발생할까 두렵다.

물론 경찰은 이륜차 사고 발생 증가에 발 맞춰 오토바이 불법 운행 행위에 대한 일제 단속을 강력히 천명하고 모든 도로에서 불법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단속력이 못 미치는 시·외곽 이면도로나 야간 시간대 등 공권력의 통제가 불가피해지는 시점에 안전모 탈거 운행이나 불법운행이 자행되고 있으며 경찰의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자발적인 이륜차 교통문화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무더운 날씨에 생계를 위해 쉬지 않고 콜을 받다 보면 더위에 지쳐 안전모를 벗고 운행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뜨거운 햇빛 아래 갑갑한 헬멧을 벗는 심정은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나 안전을 위해서는 오토바이 안전모를 꼭 착용하고 쿨 스카프나 냉 얼음 목도리 등을 이용하여 더위를 식히고 운행 전·후 충분한 휴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 누구나 내 가족의 생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전제조건은 반드시 내 몸이 건강하고 다치지 않는 환경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잊지 않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