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0.06.16 1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부장 (취재팀)
하성진 부장 (취재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애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테다. 이 말은 2002년 국내 출간된 스페인 교육자 프란시스코 페레(1859~1909)의 평전 제목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권위에 의한 억압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페레의 생전 교육철학이 담겨 있다.

배우 김혜자도 이 말을 제목으로 책을 썼다. 그는 지구 곳곳에서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찾아 구호 활동을 하며 10년의 세월을 기록했다.

페레와 김혜자가 세상에 던진 메시지는 같을 것이다. 아무리 향기로운, 예쁜 꽃일지라도 그것으로 때린다면 아이에게는 잊을 수 없는 상처가 된다는.

인격체라면 모두 동감하는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 그저 책 제목에 불과한 말인듯싶다.

충남 천안 `9세 소년 가방 감금 사망', 경남 창녕 `프라이팬 아동 학대'사건은 잔혹하기 그지없다. 여덟 살·여섯 살 아들을 둔 부모인 기자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다.

모두 같은 마음이기에 국민적 공분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사건이 비단 다른 지역의 일만은 아니다.

충북도 아동학대에서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2017년 352건, 2018년 436건, 지난해 508건의 아동학대가 신고됐다. 매년 오름세를 보이는 데다 3년 만에 무려 44%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4월까지 117건의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됐다.

이런 추세라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진천 `안승아양 암매장 사건'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친모는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욕조에 물을 받아 승아의 머리를 수차례 넣어 숨지게 했다. 친모는 계부와 짜고 승아를 야산에 암매장했고, 시신은 결국 찾지 못했다.

천안과 창녕 사건들을 계기로 아동 학대 실태와 본질적 해결 방안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아동학대 처벌강화 여론이 국민 공감대를 형성해 가면서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점은 고무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가정양육 중인 만 3세 아동 대상 전수조사를 하고 지방자치단체마다 아동학대 점검팀을 구성해 특별 수사 기간을 운영하도록 했다.

최우선 과제로 아동학대 위기 아동을 선제적으로 발견하고 보호하기 위해 집중 점검에 총력을 기울인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는 합동으로 아동학대 점검팀을 구성해 재학대 발견 특별 수사 기간을 운영한다.

정부는 민법의 징계권 조항을 현실에 맞춰 개정하고 근본적인 대책 검토가 필요한 사항들은 오는 8월 말까지 종합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민법 개정을 통해 자녀에 대한 부모의 체벌을 법적으로 명확히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고 한다. 방지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여태껏 그랬듯 땜질식 처방은 더는 안 된다.

부모와 가정, 학교 등 사회 구성원의 인식 변화와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부모가 어린 자녀를 숨지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적잖다. 이런 비극은 대부분 가족 동반 자살이라는 표현으로 단순화된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범죄다.

인지 능력이 부족한 미성년 자녀와 함께 세상을 등지는 `살인'이다. 사회 전체의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사랑의 회초리'로 이뤄지는 훈육도 이제는 허용돼서도 안 된다. 체벌은 아동학대의 시작이다. 배 아파 낳았더라도, 힘들게 벌어 키우더라도 자식을 학대할 권한은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