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미터... 그리고 48시간
2미터... 그리고 48시간
  • 김세원 중원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0.06.1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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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세원 중원교육도서관 사서
김세원 중원교육도서관 사서

 

`그레이브스병'우리에게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이라는 병으로 잘 알려진 병이다. 이 병에 걸리게 되면 피곤함, 식욕은 넘치지만 체중이 감소하게 되고 심한 경우 안구 돌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병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생명을 위협하는 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치가 잘 되는 병도 아니라는 것이다.

`2미터 그리고 48시간(유은실 저)'이 도서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너무도 단순하였다. 책 제목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2미터, 48시간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책 표지의 그림을 보고 예상하려 하였지만 예상을 할 수가 없었다. 요즘 유행하는 코로나-19에 관련된 글일까? 라는 추측과 함께 나는 이 도서를 읽어 내려갔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보이는 중학교 여학생의 이야기이다. 어린 나이의 주인공의 아버지는 사업 실패로 양육비마저 보내지 못하고 있고 어머니 혼자 주야 교대 근무를 하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었다. 가난한 삶 속에서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약물치료를 지속하지만 효과는 미미하였다. 그러는 동안 약물로 인한 체중 증가와 안구 돌출 등의 신체적 변화를 사춘기 여학생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힘들어 보였다. 마지막 방법으로 방사능 요오드 치료를 받게 된다. 요오드 치료의 방사선은 갑상선을 피폭시키는 과정의 치료이다.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다른 사람과의 거리를 2미터 이상 유지하고 48시간 동안 혼자 있어야 한다. 2미터와 48시간이라는 숫자의 의미는 바로 이것이었다. 48시간 동안 주인공 정음이는 가출을 시도한다. 가족은 물론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였기 때문이다. 이 여정 동안 주인공은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한 삶의 무게, 병으로 인해 달라진 자신의 삶 등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도서를 읽는 내내 주인공에 대한 분통과 연민 그리고 동질감마저 나는 느끼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주인공에게 나는 많은 위로를 받고 있었다. 애처롭기까지 한 정음이의 노력은 세상 가장 무능한 존재이지만 이제라도 딸을 사랑해 주고 싶어 하는 아버지를 만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정음이가 세상으로부터 지키려고 했던 2미터라는 공간과 48이라는 시간을 아버지의 사랑으로 허문 것이다. 어쩌면 양육비 한 푼 주지 못하는 무능한 아버지가 딸에게 사랑을 베푸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이 글에서 작가는 “우리가 삶 자체를 귀중히 여기지 못한다면 아픈 사람들이 건강할 때 하고 있을 일의 관점에서만 그들을 볼 것이다.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하고 있을 일의 관점에서만 그들을 볼 것이다. 그러나 우연 위에 놓인 이 세계에서 삶은 부서지기 쉬운 한 조각의 행운 같은 것이다. 삶은 그 자체로 귀하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나는 이 문구가 이 도서의 모든 얘기를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시각만이 아닌 다양한 시각을 통한 세상 모든 이의 삶을 귀중히 여기는 것 이것이야말로 삶을 대하는 가장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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