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코로나 종식
뉴질랜드의 코로나 종식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0.06.1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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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지난 8일 세계 유수의 통신사들이 뉴질랜드의 한 여성의 모습을 헤드라인 뉴스의 메인 사진으로 올렸다. 주인공은 저신다 아던 (Jac inda Ardern) 뉴질랜드 총리. 다음 달에 40세 생일을 맞는 그는 이날 활짝 웃으며 세계가 주목할 만한, 아니 부러워할 만한 선언을 했다. 바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자국 내 종식을 천명한 것이다. 이날 뉴질랜드 정부는 “마지막까지 남았던 코로나19 감염자 1명이 회복하고 신규 감염자가 더 나오지 않음에 따라 뉴질랜드에는 감염자가 단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뉴질랜드는 이날까지 17일째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저신다 아던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뉴질랜드에 코로나19 감염자가 한 명도 없다는 보고를 받고 딸 앞에서 잠시 춤을 췄다”며 “(코로나19 종식 후) 다음 단계는 경제를 지원함으로써 다시 나라를 잘 돌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던 총리는 이날 코로나19 경보체제를 2단계에서 약화한 1단계로 수위를 낮추며 전국 봉쇄령 등 국민에게 불편을 줬던 제약을 풀기로 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국민의 행동에 제약이 풀리는) 1단계로 하향 되는 것은 모두 국민의 노고에 대한 이익 배당”이라고 말하며 “그러나 감염 사례가 다시 나올 가능성이 있으니 경계를 소홀히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뉴질랜드의 이 같은 코로나 방역의 성공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령 유지 등 강력한 제재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감염자가 발생하자 초기에 대부분 국민을 집에 머물게 하고 이동 제한은 물론 국경도 봉쇄했다. 경찰관, 소방관, 의료진 등 필수 인력이 아니면 대부분 집에서 격리 상태에서 생활했다.

뉴질랜드에서 처음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2월 말이다. 이후 확진자가 28명이던 3월 19일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차단했다. 나흘 후에 확진자가 102명으로 급증하자 필수 사업장(병원이나 생필품 판매점 등)을 제외한 모든 상점과 학교를 폐쇄하고 행사도 전면 금지했다. 교회도 당연히 포함됐다. 이후 5주간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했다.

뉴질랜드의 코로나19 방역 성공 요인은 발 빠른 초기 대응으로 집약할 수 있다. 일찌감치 국경을 봉쇄하고 국민 이동을 제한함으로써 지역 사회 감염을 원천 차단했다. 지역 사회 전파가 이뤄질 소지를 아예 없앤 것이 최상의 효과로 나타난 것이다.

뉴질랜드가 남반구에서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국가라면 북반구에서 방역 우수 사례로 세계 각국이 찬사를 보낸 나라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찌 된 일인지 한 달 전과 달리 이젠 다른 나라들로부터 눈총을 받는 처지가 됐다. 한때 국내 확진자 제로 시대를 열면서 코로나 종식을 앞둔 듯했던 우리나라는 지난달 5일 시작된 이태원 클럽 발 감염 확산을 시작으로 쿠팡 물류센터, 강남 학원, 운동 시설, 방문판매 업체 등이 매개가 된 감염 사례가 수도권에서 광범위하게 확산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수도권에서 유행 중인 코로나19가 다른 지방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이날 정부 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수도권의 감염이 지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방역 당국과 공무원들의 노력만으로 코로나의 확산을 막을 수는 없다. 발생 초기에 비해 너무 느슨해진 사회적 거리두기. 국민 스스로의 의지가 없으면 코로나19의 종식은 요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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