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으로 본 조선시대의 장송(葬送), 충주 가흥리유적
고고학으로 본 조선시대의 장송(葬送), 충주 가흥리유적
  •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 승인 2020.06.1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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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사람이 일생에서 마지막으로 통과하게 되는 것이 죽음이다. 죽음이라는 불가피한 현상에 따라 나타난 것이 상장의례(喪葬儀禮)이다. 이는 구석기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 민족의 생사관과 영혼관을 나타내는 것으로 변화의 폭이 작고 보수적이며 전통이 장기간 지속된다. 시대, 민족, 지역, 사회, 문화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죽음에 대한 인식과 처리방법은 복잡한 문화요소와 결합하여 그 시대 사람들의 정신생활과 사회상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

조선시대 묘제는 신분에 따라 왕과 왕비의 무덤은 능(), 왕세자와 왕세자비, 왕의 친족 무덤은 원(園), 그밖에 사대부와 일반인의 무덤은 묘(墓)로 부른다. 조선시대 무덤의 종류로는 토광묘, 석축 묘, 회곽묘, 옹관묘, 화장묘,초분(草墳) 등이 있다. 이들 무덤 중·고고학적인 조사에서 가장 많이 발굴된 무덤이 토광묘이다. 토광묘는 장방형의 무덤구덩이[墓壙]을 파고 바로 주검을 안치하거나 판재로 짠 나무널[木棺] 안에 주검을 안치하는 간단한 구조이다.

이러한 토광묘가 밀집 조성된 곳이 충주 가흥리 상가흥 유적이다. 이 유적은 충주 가금농공단지 추가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사되었다. 조사결과 400여 년 전 장송(葬送) 의례의 결과인 무덤 358기가 찾아졌다. 해발 90m의 완만한 낮은 구릉 상에 조성된 무덤은 발굴면적 14,120㎡로 39㎡당 1기의 무덤을 조성하여 밀집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토광묘의 평면형태는 장방형과 세장방형이 중심을 이루며, 묘광 내부에 나무널을 안치한 무덤이 111기이고 나머지는 토광을 파고 주검을 바로 안치한 단순한 무덤구조이다. 나무널은 주검이 흙으로 변할 때까지 흙이 부모의 피부에 닿지 않게 하려는 자식의 효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무널은 수종(樹種)분석 결과 모두 소나무로 밝혀졌다.

무덤 구조와 함께 조선시대 무덤에 반영된 상장의례는 유물 출토상황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상가흥유적에서 유물이 출토된 무덤은 127기이다. 유물 부장양상은 널[棺]내부 부장, 널 위 부장, 보강토 내부 부장, 별도시설인 요갱(腰坑)과 벽감(壁龕) 등 다양하다. 출토유물은 백자 발, 백자병, 백자접시, 청동숟가락,청동합,철제가위,구슬 등 일상 생활용품이다. 특히 요갱 안에 부장한 유물은 땅 주인에 대한 공헌이라는 전통적 관념이 반영된 제물로 이해된다. 보강토 내부 부장유물은 주검 안치 진행과정에서 부장된 것이고, 널 위의 부장유물은 주검 안치 후 의례행위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청동숟가락은 머리부분이 구릉사면 위쪽을 향하도록 부장하였음은 구릉 위쪽을 북쪽으로 여기고 묻은 당시인들의 방향의식을 엿볼 수 있다. 무덤구조, 유물부장양상, 유물종류 등으로 볼 때 상가흥유적에 조성된 무덤들은 장송절차가 생략되었거나 간소화환 양상을 보이고 있어 신분이 높지 않은 일반인의 무덤으로 이해된다.

문헌기록에 남아 있지 않은 고고학적으로 조사된 조선시대 무덤은 우리에게 당시인들의 주검 처리과정을 생생하게 알려주고 있다. 조선시대는 엄격한 신분제 사회로 신분에 따라 예장의 범위와 방식이 규제되어 있었다. 그러나 효를 중요 덕목으로 삼았던 당시인들은 보다 나은 격식을 갖추어 부모의 장송의례를 충실하게 집행하였을 것이다. 때문에 무덤에는 피장자와 행위자의 신분과 지위가 잘 반영되어 있으며 경제적, 사회적 위치에 의해 무덤이 조성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조사하고 있는 무덤은 당시인이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우리에게 잘 전해주고 있다.

고고학적으로 발굴조사되는 모든 무덤은 당시인들이 엄격한 상장의례를 행한 결과물이다. 그러기에 더욱 조심하고 경건하게 조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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