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악기의 맛과 멋
타악기의 맛과 멋
  •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20.06.1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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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취미로 하던 오케스트라 타악기를 1년 정도 쉬다가 다시 악기를 잡기 시작하였다. 전공자가 아니기에 1년의 공백기 동안 백지가 된 건 아닐까 염려했지만, 다행히 몸이 기억하고 있어서 처음 시작할 때처럼 막막한 것은 아니었다.

첫발을 디뎠을 때는 악보도 제대로 볼 줄 모르면서 베이스 드럼을 쳤는데 연습 3개월 만에 무대에 겁 없이 올랐었다. 물론 지도 선생님께서 옆에서 눈짓 손짓으로 코치를 해주셔서 박자를 놓치면 얼른 다음 박자를 찾아 들어가 간신히 흉내만 낼 수 있었다. 그러다가 다음해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드럼 세트를 처음 접했는데, 따로 놀아야 하는 두 손이 자꾸만 같이 움직여져서 오른손 왼손을 따로 연습하다가 점차 함께 연습하고 나중에 발까지 합류하여 연습하게 되었다.

타악기는 자칫 밋밋해지는 음악에 활력을 불어넣거나 포인트로 맛을 더하여 음식의 조미료 같은 역할을 한다. 주재료가 아무리 싱싱하고 좋아도 소금이나 설탕, 육수, 식초 등 적절한 조미료를 첨가할 때 어우러져 요리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눈은 악보와 지휘자를 번갈아 봐야 하고 오른손과 왼손은 역할이 각기 다르며 발로도 악기를 다뤄야 하는 드럼은 온몸으로 소리를 내어 기본 박자를 맞춰주는 것이 음식의 소금 같다. 트라이앵글은 짧은 구간에 식초처럼 상큼함을 더해주고, 탬버린은 고춧가루같이 경쾌함을 더하여 음악의 맛을 살려준다. 팀파니는 몇 가지 음계 조정이 가능한 타악기로 고음과 저음을 낼 수 있는데 맑은소리가 마치 사이다 같다. 마림바나 글로켄슈필은 음계가 있는 타악기로 소리가 청량하여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하다.

대부분 타악기는 음계가 없기에 강약조절과 박자가 생명이다. 그래서 정확한 박자에 빠르기를 조절하며 소리를 내야 하는데 틀릴까 봐 조바심이 나서 힘이 잔뜩 들어가면 아름다운 소리가 아니라 둔탁한 소리가 나곤 한다. 살면서 바라보니 성숙하고 노련한 것은 일부러 힘을 주거나 세게 보이려 하지 않아도 그 빛이 발한다. 음악도 마찬가지로 힘을 빼고 자연스러워야 소리도 크고 울림이 자연스럽다.

타악기는 박자를 맞춰주거나 리듬을 살려주는 역할을 하는데 중간에 쉬었다가 들어가는 부분이 많다 보니 타이밍이 중요하다. 따라서 음악을 들을 때는 박자를 쪼개서 세어야 한다. 정확한 박자에 맞춰 빠르기와 강약 조절을 해 주어야 다른 악기 파트와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타악기는 소리가 커서 지휘자를 미처 못 보는 다른 악기 연주자들이 음을 맞출 수 있게 해 주는데, 타악기의 박자가 흔들리면 다른 악기의 리듬도 흔들려서 안정적인 음악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태고부터 인류와 함께해 온 타악기는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다고 한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을 그저 흥에 겨워 두드려 소리를 내며 인간의 정서를 표현하면서 악기로 발전하였으리라.

코로나19 때문에 오케스트라 연습을 전체 모이지 못하고 악기별로 하고 있어 애로사항이 많다. 오케스트라는 여러 악기 소리가 조화를 이루어 멋진 화음을 만들어야 하기에 부분별로 연습을 하여도 전체 모여서 합주를 하면서 음악을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어서 빨리 코로나 범유행이 진정되어 마음 놓고 음악을 함께 즐기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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