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이의 생존기 2
새봄이의 생존기 2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 승인 2020.06.1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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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새봄이와 가을이의 양동작전으로 새끼들이 모두 떠났다. 허전하고 씁쓸하다. 도대체 이놈들은 왜 집을 떠난 것인가?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먹이도 주고 보살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괘씸하다. 사나흘이 지나도록 궁금함이 떠나지 않는다. 혹시 이것 때문일까? 스승의 날에 제자들 10여 명이 집을 찾았다. 졸업한 지 20년 가까이 지났는데 지금도 기억하고 찾아준다.

모처럼 만난 반가운 얼굴들이라 함께 식사하고 술도 한잔하며 노래 부르고 왁자지껄 놀았다. 그러다 새끼 고양이 이야기를 하니 모두 보고 싶다 하면서 뒷마당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혹시 이 때문에 불안감을 느낀 것인가? 아니다. 그렇다면, 그다음 날에 떠났어야지? 왜 며칠을 그대로 있었지? 이것 때문은 아닌 것 같다. 다시 떠오른 생각은 `미미'였다.

일요일에 청주에서 함께 성당에 다니던 아우 부부가 놀러 왔다. 애완견 한 마리를 데리고 왔는데 그 애가 미미다.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와서 우리 부부도 아주 좋아하는 강아지다. 그날 미미와 함께 새끼 고양이들을 보러 간 것이 화근이다. 이 녀석이 고양이를 보고 크게 짖자 혼비백산한 새끼들이 모두 달아났다. 새봄이는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면서 새끼들을 보호하려고 미미에게 달려들어 황급히 둘을 떼어 놓았다. 그렇다. 미미 때문에 불안감을 느낀 새봄이가 새끼들을 보호하려고 집을 떠난 것이다. 이제야 집을 떠난 새봄이의 속사정이 이해가 된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동네 여기저기를 살폈다. 도대체 이놈들은 우리 집을 떠나 어디로 간 것일까? “어! 그 고양이들 우리 앞집 장독대에 있던데요?” 앞집으로 이사하려고 집 공사하는 안나씨가 말해 주었다. 한걸음에 달려가 담 사이로 살펴보니 그렇게도 애타게 찾던 새끼 고양이 네 마리가 놀고 있었다. 노랑이 두 마리는 역시나 활기차게 장난치고 있고, 삼색이 두 마리는 궁금한 것이 많은지 커다란 눈으로 열심히 주변을 탐색 중이다. 다행이다. 잘 있다는 것을 확인하니 그동안 서운했던 감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 고양이 박사로 불리는 레지나 처제에게 전화했다. 아무래도 불안해서 그런 것 같단다. 고양이들은 천적을 피해 몇 번 이사한다는 말도 들려주었다. “아, 우리가 미워서 떠난 것이 아니었구나?”“형부, 그러다 또 집으로 돌아오기도 해요.”이 말에 희망이 생겼다.

매일 아침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고양이들을 찾았다. 그러나 놈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찾아가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놈들이 또 사라졌다. 어디로 갔을까? 며칠이 지난 오후 잔디에 물을 주고 있었다. 낯익은 새봄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새끼들을 부를 때 내는 울음소리다. 앞집 이장님 댁 무너진 담벼락 사이로 새끼 고양이들이 보였다. 이 녀석들이 또 집을 옮긴 것이다. 안전한 곳을 찾아 몇 번 이사한다는 말이 맞았다. 두 놈이 경계하며 내려오더니 열심히 어미 젖을 빨고 담장 너머로 사라진다.

새끼들이 집을 떠나고 3주가 흘렀다. 마당 일을 마치고 데크에 앉아 냉커피 한 잔으로 망중한을 즐기는데 이것이 웬일인가? 믿을 수 없다. 눈을 의심했다. 새봄이가 새끼들을 모두 데리고 나타난 것이다. 마당에 새로 심은 잔디 위를 뒹굴며 뛰노는 고양이들. 평화롭다. 완벽한 그림이다. 내가 꿈꾸던 그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렇게 새봄이는 3주 만에 집으로 무사귀환했다.

새끼 고양이들의 소란스러움과 재롱이 있어 행복하다. “집 떠나 보니 고생이다. 역시 내 집이 좋다”는 것을 알고 다시 돌아왔다고 생각하니 기쁘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것이 끝인 줄 알았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은 멈추지 않는다. 네 마리 새끼 중에 두 마리가 사라진 것이다. 이놈들은 또 왜 집을 나갔을까? 새봄이의 생존기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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